생생후기

함께여서 빛났던, 23살 여름의 프랑스

작성자 이경윤
프랑스 JR14/100 · RENO/MANU 2014. 07 chalvignac

CHALVIGNAC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아마 청춘이라면 한번은 꿈꾸지 않을까? 생소한 세상으로의 모험을 통한 인식의 세계의 확장을. 나 또한 마찬가지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tv나 인터넷으로만 접하던 동경의 세계로의 여행을 꿈꿨고, 한번쯤 그들의 문화에 흡수되길 바랬다. 나의 오랜 바람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열심히 모은 돈 덕분에 2014년 여름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었다. 유럽을 목적지로 정하고 여행에 대해 알아보던 중 워크캠프를 알게되었다. 단순히 유적지를 보고 유명한 건축물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문화를 좀 더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던 나는 꼭 참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행일정을 바꾸면서까지 무리하게 신청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여행을 위한 준비물보다 외국 친구들이 좋아할만한 불고기소스, 짜파게티, 김을 비롯한 한국 음식과 한국을 소개할 자료들 같은 워크캠프를 위한 준비물이 가방에 가득차 있었다. 그렇게 워크캠프에 대한 나의 기대는 나날이 커져만갔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우리 워크캠프의 참가자들은 프랑스인 캠프리더를 비롯해 스페인 친구 3명, 터키 친구 3명, 체코 1명, 폴란드 1명, 덴마크 1명, 벨기에 1명 그리고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나 이렇게 12명이었다. 정확히 하자면 워크캠프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스페인친구 한명이 아파서 중간에 스페인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11명이었다.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내린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는 캠프리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같은 버스를 타고도 서로 3주간을 함께 하게 될지 몰랐던, 3주후에 우리가 어떤 사이가 될지 짐작도 하지 못했던 우리가 버스에서 내려서야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한국인이 있을수도 있다는 동양인이 한명쯤은 있겠지' 하는 나의 기대는 친구들을 만나자마자 무너졌고 같은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많았기에 내가 이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역시나 초반은 어울리기 힘들었다. 오직 프랑스어만 할 수 있는 친구들도 있었고, 나의 영어실력도 좋지 않았을뿐만아니라 다른 발음과 끼어들 틈 없이 오고가는 영어들 게다가 알 수 없는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터키어까지... 점점 위축되고 몇일이 지나자 말을 하려는 노력도 줄어들고 있었다. 일은 마을의 오븐을 보수하는 것이었는데 체력을 요하기도 하고 힘들때도 있었지만 일을 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고 점점 깔끔해져가는 오븐을 보며 보람을 느끼며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처음으로 맞이한 주말에 다같이 마을 축제에 가게 되었다. 프랑스의 마을 축제는 신기하게도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작은 클럽?같은 곳에서 내일 일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새벽까지 미친듯이 놀았고 처음보는 마을 주민과도 서스럼없이 어울리며 진정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겪었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특히나 워크캠프는 리더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우리의 리더는 내가 이 워크캠프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일 정도로 좋았다. 가끔은 너무 열정적이여서 쉬고 싶을 때도 나가야하는 피곤함도 있었지만 그녀 덕분에 정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중세시대를 재현한 파티를 비롯한 많은 마을 파티에 참석할 수 있었고 덕분에 날 것 그대로의 지역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을 바로 옆에서 함께 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가 머물고 있는 마을외에 다른 마을이나 아름다운 곳들을 많이 갈 수 있었다. 리더뿐만 아니라 함께한 친구들도 모두 다 예쁘고 멋진 친구들로 함께하는 동안 항상 유쾌한 모습으로 함께해줘 고마웠다. 물론 다른 문화과 혼재하다보니 충돌이나 기분상하는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서로를 좀 더 이해해나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녀온지 2달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일하러 가던 길이, 샤워하고 나오면 보이던 풍경이 눈에 훤하다. 아마 시간이 더 흐른다해도 클럽에서 새벽까지 놀고 나와 비오는 거리를 질주하던 영화 같았던 순간들을, 힘든 일도 힘든 줄 모르게 하던 동화같던 풍경들을, 의미없이 주고 받던 그러나 배가 째지게 웃던 농담들을 절대 잊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가장 큰 변화와 얻은 것은 아무래도 7개국의 11명의 친구를 얻었다는 것이 아닐까싶다. 이 친구들을 만나서 나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도 서로가 행복하기를 기도할, 함께한 날보다 훨씬 더 많은 날을 그리워 할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특히나 나는 워크캠프가 끝나고 유럽여행을 했기에 친구들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몇몇의 친구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친구들은 기꺼이 나의 여행을 도와주었기에 워크캠프 후의 일정도 워크캠프 친구들 덕에 더욱 풍부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기에 고맙고 그립다. 워크캠프를 시작하기 전에는 3주가 길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떠나기 싫어 펑펑 울 정도로 3주는 너무 짧았고 빨리 지나갔다. 끝나고는 이렇게 짧을 줄 알았으면 완벽하지 못해도 더욱 많이 부딪히고 소통할 걸, 힘들어도 그 순간을 좀 더 즐길 걸 하는 부질없는 후회들이 많이 남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서 또 다른 워크캠프를 꿈꾸는 계기가 되었다. 이 워크캠프에서 보낸 3주는 한국에서는 내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쓸데없는 걱정을 달고 살던 내가, 그들에게 흠뻑 취해 오늘에 집중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지금은 그 시간들이 딱 한여름밤의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그곳에 있었음이 믿기지 않고, 다시 내일을 걱정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함께 했던 시간들 틈에서 얻은 것들은 어떠한 모습으로든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난 또 다른 워크캠프를 꿈꾸고, 또 다른 한여름밤의 꿈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