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독일 워크캠프, 또 다른 가족을 만나다

작성자 류시영
독일 IBG 20 · KIDS 2014. 07 - 2014. 08 독일

Weissach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013년이었습니다. 전역을 한 뒤, 우연한 기회에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특별한 기대가 있었다기 보단 사회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않은 사회 초년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진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기 때문에 참가하였다고 생각됩니다. 그 자리에 나오신 선배들 중 한 분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Microsoft에서 근무하는 선배로, 직업도 직업이지만 그분이 세계를 다니며 경험한 것에 대한 강연이 무척이나 인상깊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명함을 받으며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리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광화문에 있는 Microsoft 본사에서 선배와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선배에게 어떻게 그렇게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그토록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때 선배가 말해 준 것이 바로 워크캠프였습니다. 본인은 2번의 워크캠프를 다녀왔는데, 그때 만난 친구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만나는 과정에서 다양한 나라를 경험하고 느낄 수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저 역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교류하는 것을 즐기는 터라 선배와의 만남이 끝나자마자 곧장 컴퓨터에 앉아 워크캠프를 검색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Indiana University Kelley School of Business에 입학하는 것이 결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정을 짜는 일이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름방학기간을 잘 이용하여 Summer semester와 겹치지 않되, 미국 학기에 맞는 시간을 찾았고, 그때 당시 까지 한번도 가보지 못하였던 유럽 국가의 프로그램 중 여러 조건이 맞는 캠프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독일 Weissach 지역의 공립학교 Summer camp 자원봉사활동이었습니다. 사실 처음 프로그램 설명을 글로만 보았을 때에는 어떠한 활동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담당자 분께 많은 문의 메일을 보냈었습니다. 실제 기후와 프로그램의 진행방식, 참가자의 주의사항, 언어, 음식, 잠자리 등 수 많은 질문을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보면 귀찮을 법 한 이러한 질문에 Lena라는 담당자 분꼐서는 차근차근 캠프에 관한 모든 것을 설명하여 주셨고, 친절하시게도 이전 캠프 때의 활동 내용과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이는 제가 캠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캠프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 주었습니다. 그렇게 캠프 신청과 사전 준비를 마치고, 저는 미국으로 가게 되었고, Spring semester와 Summer semester가 끝나고 3일 뒤 곧장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친구, 새로운 지역 등 모든 것이 새로울 것이라는 설레임을 가슴에 가득 안고 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미국 Indianapolis을 시작으로 New York, Belgium, 독일 Frankfurt를 거친 17시간의 비행 끝에 Stuttgart에 도착하였습니다. 긴 여행이 피로할 법도 했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유럽이라는 새로운 대륙을 처음 밟는 다는 사실에 설레임을 가득 안고 유럽에서의 첫 여정을 시작하였습니다. 독일어 한 마디 못하지만 영어로 물어 물어 버스와 열차를 거쳐 워크캠프가 열리는 공립학교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총 30명 가량의 참가자 중 절반 가량이 이미 도착해 있었습니다. 어색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많은 친구들이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계 캐나다인 Sahar는 K-Pop과 한국 드라마를 저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어 무척이나 놀라웠습니다. 한류라는 단어를 언론을 통해 많이 접했지만, 이렇게 직접 느끼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실제로도 캠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 핸드폰에 있는 K-Pop을 항상 듣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번 캠프에 참가한 친구들 중 러시아에서 온 친구와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가 있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온 친구와 더불어 가장 먼저 만난 친구가 러시아에서 온 Serezha라는 친구였습니다. 이 친구는 새하얀 얼굴에 유럽의 귀공자 느낌이 물씬 풍기는 외모와는 달리 장난끼도 많고 개구장이 같은 친구였습니다. 여행을 좋아해 제가 다녔던 여행지와 본인이 다녔던 여행지를 비교하며 이야기 하기도 했고, 러시아의 사우나인 반야와 한국의 찜잘방을 비교하며 서로의 문화가 낫다고 티격태격하는 우스운 상황도 종종 등장했습니다. 저와 잘 통하는 면이 많아 캠프가 끝나는 날까지 가장 오랫동안 붙어있었던 친구입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서 온Jack이라는 친구는 러시아의 Serezha와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덥수룩한 수염에 190cm에 달하는 장신에다가 체격도 좋아 흡사 조폭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영어를 잘 못해 주변 사람들의 질문이나 말에도 잘 대답하지 않는 과묵한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덕분에 캠프 시작 첫 주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와는 잘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헌데 반전이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의 소주를 이야기하며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 본 술과는 많이 달랐다는 이야기를 하는 찰나에 그 친구가 얼굴이 화색이 되면서 대화에 참여하였습니다. 보드카 이야기에 신이 나서는 안되는 영어와 몸짓 발짓을 다 동원하며 어찌나 신나게 이야기하던지. 일단 이렇게 한번 말을 트고 이야기를 하고 나니 생각보다 착하고 순진한 친구인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단지 영어실력이 부족해 선뜻 나서서 이야기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가 친해지고 나니 재밌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한창 내전 중이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온 두 친구가 소위 말하는 베프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가 두 개의 자음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언어였기 때문에 영어가 아닌 러시아어로 서로 이야기하며 금새 친해진 것입니다. 우리는 이들을 세계 평화의 상징이라고 일컬었습니다. 아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내전을 중단한 것도 이들의 몫이 조금은 있지 않았나 조심스레 예상하는 바입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이번 워크캠프를 통해 얻은 것을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다름"입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저의 친구들은 일부 미국인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한국인 친구들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남들 못지않은 다양한 활동과 인턴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사귀었다고 자부하던 찰나에 미국의 학교를 다니며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종류의 사람이 이토록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깨달음도 잠시, 미국 생활에 적응하며 많은 미국인 친구들과 교류하다 보니 다시 한번 위와 같은 자만심이 스물스물 마음속에 일어났습니다. 마침 워크캠프를 통해 독일 Weissach지역을 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 14개의 유럽국가에서 온 정말로 글로벌한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던 유럽국가들에 대한 사실과 유럽인에 대한 정보가 많이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사람에 대한, 친구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려보려고 노력하였고, 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착하였습니다. 모든 사람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국가가 되었건, 성별이 되었건, 성격이 되었건 간에 모든 사람은 자기마다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그 고유성은 절대로 침범될 수 없는 영역의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사람을 좀 만나봤다고 비슷한 부류의 모든 사람을 알 것이라는 착각을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두번째 깨달음은 "같음"입니다. 14개의 국가에서 온 얼굴 생김새부터 언어까지 하나도 똑같은 것이 없을 것 같은 모임이었지만, 우리는 서로 친구라는 관계로 얽혀 있었습니다. 2주일간 동거동락하며 같은 것을 먹고, 보고 느끼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결과물을 창출해 내기는 하지만, 우리가 서로 친구가 되어 간다는 사실과 우리 마음 속에 무언가 끈끈한 연결고리가 생긴다는 사실은 분명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모든 과정속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을 가지다 보니 다름 속의 같음이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할 때 가장 즐겁다는 사실.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양보할 때 스스로가 더욱 빛날 수 있다는 사실. 어린 아이들은 국적을 초월한 순수함을 가졌다는 사실 등 수없이 많은 다름 속의 같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통해 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푸른 초원에서 텐트와 벤치만을 두고 밤마다 별을 보며 캠프파이어를 했습니다. 기타소리와 노랫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참으로 마음이 고요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평온하디 평온한 그 순간,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드디어 현실이 아닌 내면의 나를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많은 생각이 들었고, 어렸을 적부터 꿈꾸던 저의 꿈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꿈이 되는 것. 이를 위해서는 어느 누구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실력과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않는 스스로에 대한 미듬, 그리고 나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모든 것을 이루기엔 아직 어리고 부족하지만, 잊혀졌던 꿈을 되살리고 곱씹으며 어떠한 방향으로 이러한 것들을 실천할 수 있을지 생각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잊고 살아왔던 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의미있는 워크캠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