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이탈리아, 땀으로 이룬 우정 낯선 곳에서 발견한 뜨거운

작성자 최이레
이탈리아 LUNAR 15 · ENVI 2014. 08 Alzate Brianza

BRIANZA HILL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외국 문화, 이국적인 풍경과 사람들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었습니다. 대학에 와서 워크캠프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베풀며 외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유럽여행을 준비하던 참이라서 여행을 간 김에 캠프까지 참가하기로 결정하고 이탈리아 캠프를 선택했습니다. 캠프에 다녀온 여러 참가자들의 후기와 사진 등을 보니 매우 보람있고 즐거워 보였고, 외국의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들의 문화를 습득하고 우리나라의 문화도 알릴 수 있는 체험이라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기대가 되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제가 참여한 캠프에서는 공동 우물, 공원, 놀이터 등 마을의 낙후된 시설들을 보수하고, 표지판을 세우는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일은 힘들었지만 참가한 친구들과 마을 주민들의 배려로 정말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땅을 파고, 표지판을 세우고, 페인트칠을 하고, 숲을 청소하는 등 힘을 모아 열심히 일했습니다. 첫 번째 표지판이 완성되었을 때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함께 박수를 치고 기뻐하는 걸 보니 정말로 뿌듯했습니다.
캠프 참가자들은 저를 포함해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슬로바키아, 세르비아, 터키, 멕시코, 그리스, 사이프러스, 덴마크에서 온 총 13명의 친구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캠프에 도착한 첫날, 자기소개와 함께 각자 나라의 국가를 부르고, 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유럽 친구들은 기차만 타면 유럽대륙의 국가들을 마음껏 오갈 수 있어서인지 워크캠프와 여행 경험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식사준비는 날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번갈아 했는데, 맛있는 한국음식을 선보이고 싶었지만 재료를 구하기 힘들어 제대로 된 한식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가져간 호떡믹스로 호떡을 만들고, 감자전과 치즈계란말이를 준비했는데 친구들이 정말 맛있게 먹어주어 뿌듯했습니다. 친구들이 만든 각국의 전통음식들도 모두 정말 맛있었습니다. 덴마크 친구가 소세지와 렌틀콩, 당근, 감자 등을 넣고 매콤한 수프를 만들어 주었는데, 저는 밥과 함께 먹었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 반면 친구들은 수프에 아주 당연하게 빵을 찍어 먹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하지만 빵 찍어 먹어도 맛있긴 하더라구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첫날, 마을 어른들과 함께 마을의 오래된 성당에 갔습니다. 성당 옥상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성당을 중심으로 주변가는 중세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중세시대에 와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매일 일이 끝나면 마을에 사는 친구들과 어른들이 손수 만든 이탈리아 음식을 대접해 주기도 하고, 함께 축구도 하고 게임도 하고 젤라또도 먹으며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어른들은 정말 인심이 좋으셔서, 저를 비롯해 여자친구들에게 음식을 자꾸자꾸 더 먹으라고 아낌없이 주셨습니다. 캠프에서 어찌나 잘 먹었는지, 결국 캠프가 끝나고 살이 많이 쪘어요:(...숙소 근처 젤라또 가게의 젤라또는 제가 이탈리아에서 먹은 수많은 젤라또 중 가장 맛있었어요. 정말로 잊지 못할 맛이었답니다!
주말에는 근처 도시인 꼬모와 베르가모에 나들이를 갔는데, 특히 꼬모 호수에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며 보트를 탄 것은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었습니다. 마지막 날 밤에는 워크캠프기구와 마을 커뮤니티 관계자분들도 모두 오셔서 함께 식사를 하고, 시청에 가서 표창장을 받은 다음 파티에 가서 열정적으로 춤도 추었습니다. 파티에 갔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마을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 마침 그 날이 8월 15일 광복절이라 제가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과 독립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친구들은 정말 진지하게 들어주었고, 다함께 한국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건배도 했답니다:)
떠나는 날 아침은 정말 눈물바다였어요. 고작 2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종일 함께 일하고 밥을 먹고 놀고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함께 잠이 들던 그 사이에 너무 많이 정들었더라구요. 친구들을 다시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너무 아쉽고 서운해서 저도, 친구들도 다함께 부둥켜안고 많이 울었습니다. 물론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약속은 했지만, 사실 모두가 다시 만나기는 힘든 게 사실이니까요. 도움을 주기 위해 참가했지만 제가 더 얻은 게 많아서 감사한, 정말 잊지 못할 기억이었습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사실 캠프에 도착해서 처음 며칠 간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많은 외국인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 보는 것이 처음이었고, 제가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말하고 싶은데 영어는 생각보다 안 따라주고 해서 대화하는 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유일한 동양인이기도 해서 유럽 친구들의 대화 주제로 함께 이야기하기가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고 관심을 가져주었고, 저도 용기를 내서 짧은 영어와 만국 공통어인 바디랭귀지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다가가 많이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 유럽, 남미에서 온 다양한 친구들이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하나의 주제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니 정말 하나의 '지구인'으로서 친밀감이 느껴졌습니다.
식사할 때 제가 젓가락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친구들이 놀라는 것을 봤을 때는, 식사예절도 각자의 습관도 모두 다르다는 것을 느꼈는데, 서로 많이 먹겠다고 티격태격할 때, 청소하기 싫어서 서로 미룰 때,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조금만 더 자자고 조를 때는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루는 마피아 게임을 했는데, 저는 이 게임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모든 친구들이 다 알더라구요. 게임의 규칙은 조금씩 달랐지만 전체적인 틀은 같았어요. 마피아 게임이 이렇게 국제적인 게임인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놀라웠어요!
외국에 대해 어릴 적부터 가졌던 막연한 환상이, 캠프 참가 후에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일하고 싶다는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가 되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사실 아직도 확실히 무엇을 해야겠다고 정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원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고민해 볼 수 있는 동기가 생겼습니다. 외국에서 일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많은데,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저는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얻을 수 있을 테지요. 워크캠프라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매우 감사하고,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체험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