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터키 시골 마을, 땀으로 얻은 뜻밖의 교훈

작성자 진소연
터키 GEN-14 · RENO 2014. 07 Dursunbey, Balikesir

RAMADAN IN THE TOW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터키, 그 곳은 제가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여행지였습니다. 형제의 나라, 이국적인 음악과 강한 향신료로 요리된 음식들, 친근한 사람들이 여행자인 나를 반갑게 맞아줄 것 같았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하고자 상상해왔던 워크캠프를 이곳에서 하게 되면 얼마나 즐거울까 제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가게 된 Dursunbey는 터키 사람들도 잘 모를 정도로 작은 시골마을이었으니, 상업화된 이스탄불보다 터키의 서민문화를 더 잘 보고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워크'캠프이니만큼, 봉사활동에 대한 굳은 다짐도 기대만큼이나 컸습니다. 워크캠프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한데, 이번 기회에 이제까지 해왔던 봉사활동과는 다른, 몸쓰는 노동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식멘토링이나 복지회관에서와 봉사와는 또다른 배움을 얻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봉사활동 내용에 대한 소개는 '도로 정비' '거리 청소' 정도로 간략하게 나와있어서 자세한 부분은 도착하기 전까지 알 수 없었지만 육체적인 노동을 통해서 일궈낸 14일 이후의 우리의 성과를 보면 뿌듯할 것 같았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저희 그룹은 봉사자들의 국적이 그리 다양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터키 3명, 한국 3명, 대만 3명, 스페인 3명, 그 외에 이탈리아, 프랑스, 폴란드에서 온 친구들이 봉사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터키에 모였습니다.
저희는 매일 아침 일할 장소로 옮겨져 그곳에서 그날의 할 일을 들었습니다. 2주 동안의 목표가 무엇인지, 무슨 일들을 하게 될지, 당장 내일의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리더조차 알려주지 않아서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가 한 일은 공터로 쓰였던 마을의 한 언덕을 청소하고 마을 주민들이 피크닉 장소로 쓸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어 설치하였습니다. 언덕 전체에 흩뿌려져 있던 쓰레기와 돌들을 걷어내는 일이 저희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마지막 이틀정도는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과 의자를 조립해 언덕 곳곳에 설치하였습니다.
봉사 활동이 체계적이지 않아 예상했던 만큼의 보람을 느끼지는 못했으나 이후의 활동은 특별했고 재밌었습니다. 일이 끝나면 시내의 무료급식소에서 저녁을 해결했는데, 라마단이었던 만큼 그 기간에 먹는 특정 음식을 맛본다는 것과 근처 예배당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듣고서야 다같이 수저를 드는 점 등이 특이했습니다. 이외에도 근처에 있던 수영장, 터키식 목욕탕이 하맘도 체험할 수 있었고, 주말에는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예쁜 바닷가에서 수영하고 바나나보트를 타는 여가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터뷰도 하고 사진도 찍혔는데, 마지막 날 받게 된 지역신문의 한 면 전체에 저희 소식이 실린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지금껏 제 경험과 다른 '몸으로 하는 봉사'는 예상보다 훨씬 고되고 힘들었습니다. 건조한 기후에 모래바람까지 날리는 곳에서 일하다 보니 알레르기성 결막염까지 얻었습니다. 때문에 이후에 예정되어 있던 프랑스에서의 워크캠프까지 취소해야 했습니다.2주간의 봉사를 마치고 이스탄불로 되돌아오는 야간 버스 안에서 이제 집으로 간다는 안도감과 함께 제 자신에 대한 실망, 더 보람차고 사교적인 시간을 보내지 못한 아쉬움 등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얽혔던 것 같습니다. 눈병을 얻어서 눈을 뜨기조차 불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오고싶어 했던 워크캠프에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다른 캠퍼들에게 조금 더 웃어주고 농담도 하고, 처음이라 서툴었던 리더에게도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줄걸 하는 반성이 밀려왔습니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해서는 부모님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어리고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자책의 엽서를 써서 보냈습니다.
세 달 가까이 지나고 나서야 터키워크캠프가 제게 많은 선물을 줬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리더의 부족한 영어실력, 책임감 없는 모습, 일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는 점 등을 다른 캠퍼들과 비판해댔고, 입에 맞지 않는 무료급식소의 음식들을 매일 저녁 먹어야 함에 내심 캠프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봉사활동 하러 와서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고 주민들 앞에 연예인처럼 으스대는 캠퍼도 곱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니, 이제야 감사할 점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저로서, 터키의 시골 마을, 특히나 외국인들을 한번도 보지 못하고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주민들을 마주하고 함께 식사할 기회는 제게 그들의 하루를 경험하고 만나는 귀한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마을에 마땅한 공원도 없고 이렇다 할 수입이 없는 가난한 마을에서 저희는 귀빈대접을 받았습니다. 아침마다 뜨거운 수프에 빵, 원하는 음료까지 식탁에 가지런히 제공되었고 지역방송국 인터뷰도 했으며 작은 규모지만 터키 전통춤인 '세마춤'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저희 캠퍼들이 실린 신문과 터키전통 물통, 시장님이 직접 수여하는 수료장까지 받았습니다.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사회복지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던 제가, 이런 큰 선물을 받고도 감사할 줄 모르고 마지막까지 투덜댔다는 걸 깨닫고 나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마을이 발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갔다가 받기만 하고 되돌아 왔습니다. 그렇게 큰 호의를 받으면서 어떻게 알아차리지 못했을까요.
터키를 떠나면서 결심했습니다. 30살이든, 직장인이 되었든 언젠가 꼭 다시 워크캠프에 참가해야겠다고 말입니다. 지금의 아쉬움과 감사함을 원동력 삼아 저로인해 워크캠프가 더욱 재밌어지고 마을 주민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선물해 주고 싶습니다.
워크캠프를 참가하려는 분들에게는 하게 될 일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선택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 블로그 후기들에서 워크캠프의 즐거움만 강조되어 있고, 심지어 앞의 두글자 '워크'는 없는 그냥 '캠프'였다는 글도 보았습니다. 더군단 고된 노동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청년의 모습을 동경했던 저로서는 제 자신에게 냉정한 질문 없이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활동이 작은 일이라도, 진지한 마음과 열심히 일하겠다는 자세로 워크캠프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