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 낯선 곳에서 마주한 진짜 나

작성자 심여진
프랑스 U 38 · ENVI 2013. 09 프랑스 Le Puy en Velay

le Puy en Velay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 2013년 9월 말부터 오스트리아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유럽에 가는 김에 예전부터 눈여겨 봐왔던 워크캠프를 꼭 해보고 싶어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또 이 때가 아니면, 내가 언제 워크캠프에 가보겠나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혀 새로운 환경에 내던져지는 모험을 해보고 싶었고, 그 속에서 제 자신이 어떻게 변하는지 어떻게 견뎌내는지도 보고 싶었습니다.

- 제가 워크캠프에서 기대했던 것은, 최대한 낯선 환경에 있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그나라 사람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다면, 교환학생 기간에 또 한 번 얼굴을 볼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 워크캠프에서 필요했던 침낭은 프랑스 현지에서 구입하였습니다. Decathlon이라는 곳입니다. 유럽 전역에 있으니 굳이 한국에서부터 들고가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 참가 전에는 각종 보고서도 읽어보고, 구글에서 캠프지 주소도 찾아보고, 정보를 수집하려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처음 열리는 캠프여서 정보가 별로 없었고, 정말 모든 것이 물음표인 상태로 워크캠프 장소로 가게 되었습니다.

- 항공권 구입에 있어서 너무 그 국가에만 한정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무슨 말이냐하면... 프랑스에서 열리는 워크캠프라고 해서 무조건 파리로 입국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프랑스 le puy en velay라는 지역에서 워크캠프를 하게 되었습니다. 구글지도를 보니 프랑스 파리에서 le puy까지의 거리와, 스위스 제네바에서 le puy까지의 거리가 비슷해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파리 입국편과 제네바 입국편을 모두 알아보았고, 더 많은 항공권 선택 옵션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날짜, 시간, 가격 면에서 모두) 유럽은 대륙이고 사실상 국경이 의미가 없으며 철도편도 매우 잘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고려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Le Puy en Velay라는 발음조차 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향하던 기차 안의 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스위스 제네바로 입국하여 하룻밤 머물고, 프랑스 리옹으로 이동하여 이틀밤을 머물고, 드디어 le puy로 기차를 타고 가던 날이었습니다. 여행지가 아닌 곳에 머물다보니 3~4일 간 동양인을 한명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낯선 곳에 홀로 떨어진 기분'이었습니다. (사실이기도 했구요^^) 정말 이런 홀로 된 기분을 제 생에 다시 느껴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ㅋㅋ

저녁에 캠프지에 도착하였고 그곳에서 리더 sam과 louise, 팀원 jil, carlota, iris, irem, ozlem, ryoya, robert, samuel, sumin을 만났습니다. le puy en velay는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지방 소도시의 느낌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희가 생활했던 ours는 한적~한 시골 마을의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예전에 학교로 쓰였던 건물이 저희가 있을 곳이었습니다. 조그마한 운동장에는 9개 정도의 텐트가 있었고, 건물에는 화장실과 부엌과 기다란 식탁이 있었습니다. 첫날에는 사실 막막했습니다. 야외에서 텐트치고 그 안에서 침낭에 쏙 들어가 있자니 막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가긴 갈까? 괜히 왔나? 싶기도 했습니다. 옆에 누워있는 한국인 친구 수민이가 있어 바람이 세차게 부는 야외에서도 무섭지 않게 잘 수 있었습니다 ㅎㅎ

저희의 활동은 늪지를 보호하기 위한 돌담을 쌓는 것이었습니다. 야생동물들이 그 담을 오고갈 수 있도록 시멘트사용은 일절 금지되었습니다. 정말 말그대로 돌을 쌓기만 할 수 있었습니다. 접착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돌담이 무너지지 않도록 크기와 위치를 잘 고려해서 쌓아야 했습니다. 돌은 저희가 일일이 날라야 했구요. 돌은 조그만 조약돌이 아니라 정말 서너사람이 들어야 들 수 있는 그런 돌들이었습니다^^

육체적 노동에 솔직히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돌을 나르며 떠올렸던 각종 생각들, 보았던 말도 안되게 아름다운 자연 풍경들 그리고 하늘, 만났던 마을 사람들과 트레킹을 하던 세계 각국의 사람들 덕분에 그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8시부터 12시까지 일을 하고, 학교로 돌아와 점심을 해먹고, 오후에는 거의 차를 가지고 다같이 놀러다녔습니다. le puy의 유적지를 가기도 했고, 산을 오르기도 했고, 주변 계곡으로 떠나기도 했고, 성을 가기도 했습니다. 너무 일만 하지 않고 현지의 이곳저곳을 다녀볼 수 있었던 점이 저는 가장 좋았습니다. 여행으로 왔다면 절대 가보지 못했을 그런 곳들이었으니까요! 그 점에서 리더 sam과 louise, 또 차를 가져왔던 samuel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이 도로를 아무렇지 않게 활보하고, 바게트를 가득 실은 차가 지나가다 경적을 울리면 자연스레 차를 세워 빵을 구입하고, 식탁에는 항상 치즈와 와인이 올라오고, 볕 좋은 날에는 잔디에 누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한국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 제가 그곳에 있음을 더욱더 소중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또 각국 친구들이 해주는 요리를 먹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고, 저와 친구 수민이가 해준 한국 음식을 그 친구들이 먹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워크캠프가 끝나고 교환학생에 가서도, 영국에 가서 수민이를 만났고, 스페인에 가서 Carlota를 만나며 계속해서 연을 이어나가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어 한마디 못하는 저희에게 Bon Vacance!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주던 상점 주인도 기억에 진하게 남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던날 밤, 클레르몽페랑 지역 어느 들판에서 열린 발틱뮤직페스티벌에서 음악에 몸을 맡긴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도 떠오릅니다. 또 자기가 이끄는 캠프 멤버라고 12명을 데리고 새벽 2시에 들이닥친 리더 sam과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던 그의 여자친구의 인자한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순간 한순간이 모두 특별한 순간들이었네요 ^^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워크캠프와 교환학생, 6개월의 유럽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이제 또 6개월을 보냈습니다. 워크캠프를 생각하면 정말 꿈만 같아요. 내가 그 곳에 있었긴 한걸까?하고 믿겨지지 않습니다. 여기 한국과 너무나 다른 생활을 했기 때문일 것이며, 너무나도 다른 풍광을 보고 너무나도 다른 곳들을 다녔기 때문일 것입니다. 너무 벅차서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말이 딱일 것 같습니다.

Le puy en velay에서의 워크캠프는 정말 '말도 안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힘든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환학생까지 다 마치고 난 지금, 워크캠프 기간은 그 어느때보다 각 나라 친구들과 대화하며 그들을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저에게 정말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 시간이었음을 절절히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판이하게 다른 그곳의 생활상을 보며 저의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이 성공한 삶의 표준이고 지방이나 시골은 낙후된 곳으로 그려지기 마련인데... 이곳은 지방이고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그 곳 사람들은 굳이 파리로 가지 않고도, 자기가 난 곳에서 생활을 영위하며 너무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가족들이 다같이 모여 바베큐를 해먹고, 다같이 모여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은 넓은 마당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사대주의라고 해도 할 말 없지만, 그냥 그곳의 사람들이 너무나 행복해보였고 그래서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나도 꼭 이곳에 와서 이런 삶을 살아보고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사회로 나갈 시기가 되었고 곧 직장을 잡아 일을 시작하겠지만, 제 머릿속에는 항상 Le puy와 그곳에서의 생활이 들어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향과 목표랄까요... 정말 열심히 돈벌어서 나중에 꼭 저렇게 살아보자! 하는 생각이 저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습니다.

세탁기가 없어 손으로 빨래해서 햇볕 잘 드는 곳에 하루 종일 널어야 말릴 수 있고, 거울이 없어서 유리창에 잘 비춰보아야 겨우 모습을 볼 수 있고, 잠은 잔디 위 조그만 텐트 속 침낭에서 자야하고 그마저도 새벽에는 추워져서 양말이건 옷이건 두 개씩 입고 자야하는 그런 조금은 부족한 곳이었습니다. 어찌보면 부족하고 더러울 수도 있는 삶이지만^^ 이렇게 살아도 충분히 넘치게 행복했습니다. 그간 무엇때문에 그렇게 완벽히 누리려 해왔는지 제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밤에는 제가 본 것 중 가장 많은 별들이 보이고, 아무 생각 없이도 일하며 요리하며 얘기하며 기타치고 노래하며 그저 자연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날들. 언제 또 이렇게 느리고 여유롭고 인터넷 없는 생활을 해볼 수 있을까 싶네요..

워크캠프가 여러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혀 낯선 환경에 나를 던져보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변화를 겪을지 모르는 미지의 상황, 이 자체로 워크캠프는 의미있지 않을까요? 저는 정말 행복했고, 평생 가져갈 추억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보고서를 쓰면서 또 한 번 행복해진 제 자신을 보면서, 저는 아마 두 번째 워크캠프를 준비할 것 같습니다 ^^ 건강하게 많은 것 느끼고 돌아오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