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 남부, 여유를 맛보다

작성자 하영은
프랑스 SJ81 · RENO 2014. 09 - 2014. 10 프랑스

BERGES DE RIVIERE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전공이 불어불문학인데 비해 단 한번도 프랑스를 가 보지 못한 것이 내 대학생활중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우르르 관광지에 몰려가 찰칵찰칵 사진만 찍다가 오는 단순한 여행은 절대로 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것이 워크캠프였다. 두달이 조금 넘는 여행기간중에 3분의1을 차지하는, 3주라는 제법 긴 기간의 캠프였지만 '어떻게 어울리지, 내가 불어를 잘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보다는 현지 친구를 사귀고, 또 로컬 라이프를 직접 체험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에 제법 부풀어 있었던 것 같다.
주변에 워크캠프를 다녀온 선배들이나 인터넷 검색 정보를 바탕으로, 그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나'라는 사람과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십분 알려주기 위해 철저한 준비과정을 마쳤다. 인포짓에 나온 침낭이나 장갑같은 소품은 물론, 한복이나 한국 음식 소스, 전통 차와 부채같은 소품들까지 다양하게 구비해 떠났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내가 지냈던 le fai는 region des alpes cote d'azur지역으로 프랑스 남부의 알프스 지역이었다. 아주 작은 마을에, 그것도 알프스 중턱에 위치한 농장이니만큼 내가 지내던 도시와는 정반대의 매력을 지닌 곳이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참 달랐다. 한국에서는 아르바이트, 대외활동, 과외, 자격증 준비로 매일 피곤하고 바쁜 나날을 보냈다면, 이곳에서의 생활은 여유 그 자체였다. 매일 식사당번과 청소당번을 정해 공동체를 꾸리고, 해가 저문 저녁에는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서로의 춤과 노래를 불렀다. 모두가 다른 언어를 썼지만, 마치 바벨탑 이전의 사람들 처럼 한마음으로 소통했다.
우리가 했던 일은 지역 작은 냇가의 생태계를 보존하는 일이었다. 여름이면 알프스 산자락에서 녹아 세차게 흐르는 일시적인 물줄기가, 사계절 내내 흐르는 작은 하천이나 지류를 강타하여 비버, 가재와 같은 수중생물이나 철새의 서식지를 파괴하기 때문에, 돌과 나무로 자연스러운 둑을 쌓아 하천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주 업무였다. 돌을 나르고 나무를 자르는 일은 고된 일이었지만, 평소에는 단 한번도 해보지 못한 강도높은 업무였기 때문에 보람있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대부분의 일이 오후 4시 이전에 끝났기 때문에 참가자들과, 혹은 현지의 장기 봉사자들과 이야기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많았다. 그들과의 대화와 문화교류를 통해, 비록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내 가치관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음에는 분명하다. 주당 35시간 이상 노동을 하면 추가수당을 반드시 지급해야하는 프랑스의 노동법을 알려준 비비, 고등학교 졸업 후 자신이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싶어서 1년동안 전 세계를 돌며 봉사활동을 하고있다는 벨기에 청년 시몽과 위고, 소르본 대학을 졸업한 수재이면서도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며 심지어 영어가 필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페린까지. 많은 친구들이 지금까지 내 삶과는 동떨어진, 다른 의미로 '동화같은'삶을 살고 있었다.
물론 지금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을 준비하고 취업을 갈구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취업을 한들, 내가 워크캠프를 하며 들었던, 배웠던 유러피안의 여유로운 인생을 살지는 못할것이다. 그러나 바쁜 내 삶 속에서, 문득 고단하고 힘이들어 모든걸 포기하고 싶을 때 스윽 꺼내보고 추억할 수 있는 여유가 한 조각 생긴 것 같아 행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