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에스키피오르, 낯선 땅에서 만난 사람들

작성자 차하림
아이슬란드 WF74 · ART/STUDY 2014. 09 - 2014. 10 에스키피오르드

East of Iceland –journalism and photographing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여러 워크캠프 중에서 고심을 하던 나에게 아이슬란드라는 글자가 순간 눈에 들어왔다. 유럽 대륙과도 떨어져있고 한국에서 가기엔 너무도 먼 나라.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곳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더 기대감에 찼다. 워크캠프가 아니라면 내가 저 먼땅을 갈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아이슬란드는 프랑스나 스페인처럼 편안히 둘러보는 유럽식 여행과는 분명이 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 같았다. 이유는 한가지 더 있었다. 운이 좋아야만 볼 수 있다는 오로라. 만약 오랜사간을 아이슬란드에서 보낸다면 오로라를 만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아이슬란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나에겐 너무 낯선, 그래서 더 궁금하고 기대되는 땅으로!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저널리즘 활동에 참가한 나는 사실상 기사를 쓰는데 가장 적은 시간을 썼다. 같은 숙소를 사영하는 네이쳐 캠프가 몸을 쓰는 작업이 많아 여유시간이 많은 우리팀이 일을 돕기로 자원한 것이다. 이렇게 첫날 결정을 내린 후 주5일을 오전은 페인트칠, 잡초제거, 창고정리 같은 신체노동을 하고, 점심시간 이후엔 기사를 쓰는 팀끼리 모여 각자의 주제로 이야기를 완성해나갔다.
생활은 오래되어 현재 쓰지않는 학교를 숙소처럼 사용했다. 밤이면 말그대로 암흑처럼 어두워지는 작은 시골마을이었지만 어둡기 때문에 우린 오로라를 아주 선명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기사의 주제는 에스키피오르드라는 그 마을의 축제에 대한 소개였다. 특아하게도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데이트를 하지 않고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는 우리에겐 다소 생경한 연애관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성적 문란함에서 나온다기 보단, 지리적으로 폐쇠되고 좁은 마을에서 둘이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을 수군대는 걸 꺼리는 문화때문이란다. 아이슬란드인들이 데이트를 하지 않는 다양한 이유 중에서 넓게 인정되는 설명아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머문 마을 에스키피오르드는 데이트를 장려하고 싶었다보다. 이들은 지난 몇년간 러맨틱한 일주일이라는 축제기간을 정하고 집이나 가게 앞을 하트나 전구등으로 분위기 있게 꾸민다. 가장 로맨틱하게 꾸민 사람에게 상이 돌아가고 그 자리엔 '마을에서 가장 로맨틱한 곳'이라는 푯말이 세워진다. 이들의 귀엽고 톡톡튀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우린 다양한 주민들을 인터뷰했고 그들의 집문을 과감히 두드렸다. 먼땅에서 온 동양인과 독일인 여자, 수염이 풍성한 멕시코 남자라는 이상한 조합에 당황했을 법한데도 우릴 친절히 받아주던 마을 사람들이 고맙다.
매일밤 큰 식탁에 둘러앉아 같이 요리한 저녁을 나눠먹고 자기 전까지 소리를 죽여가며 떨던 수다가 그립다. 친구들에게 한국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매일밤 한국음식 공세를 폈고 아름다운 한국의 풍경도 보여주었다. 일단 먹을게 풍성하다는 건 잘 전달되었을거라 확신한다.
한여름밤의 꿈이라는 제목처럼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잠시 꿈속 여행을 다녀온듯 먹먹한 기분이다. 2주라는 시간 동안 마치 나의 집같았던 숙소와 어느새 서로를 떠나보내며 가장 따뜻하게 날 안아주던 친구들은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분좋은 추억이 되고 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사람에 지쳐 도시를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에 가장 자연과 가까운 아이슬란드를 목적지로 정한 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장엄한 절벽이나 폭포, 오로라보다 진하게 생각나는 건 사람들의 얼굴이다. 복잡한 생각할 것 없이 오늘 점심에 뭘 먹을지 생각하고, 필터커피를 홀짝이면서 오늘 날씨가 뭐이리 춥냐 불평하던 기억들이 다 소중하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자연 속에 압도 당하고 싶거나, 새로운 인연을 꿈꾸거나. 위 중에서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지금 아이슬란드로 떠나길 권한다. 다녀온 다음엔 스스로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내가 이 곳에 올 용기를 내다니, 다시 이런 시간이 나에게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