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에스토니아, 낯선 섬에서의 3주 히우마 섬, 잊지 못할

작성자 지미림
에스토니아 EST 17 · AGRI 2013. 07 - 2013. 08 Hiiumaa Island, Ristivalja village, Lepaniidi farm

LEPANIIDI FARM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013년 당시에 미국으로의 인턴쉽이 좌절되고 많은 상심을 했습니다. 거의 1년간 준비하던 장기 프로젝트였거든요. 그때를 상상해보면, 지원하는 전 과정에서 나름대로는 여러모로 불합리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덕분에 미국 등과 같은 대국 보다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생겼죠. 미국만 나라일쏘냐?(ㅋㅋ) 사실 미국을 가고 싶었던 만큼 생경한 곳으로 떠나겠다는 욕망은 굉장히 강한 성격의 것이었어요. 사실 저는 그때까지 제대로된 해외 경험이 없었습니다. 물론 미국 인턴을 준비한 사실이 있기는 하지만, 제 첫 국제 활동은 워크캠프가 되야 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기는 했죠.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고, 에스토니아에서 두번째로 크다는 히우마 섬으로 가게 되었어요. 다른 것보다 저는 환경이나 농업 코드에 특히 관심이 있었고 많은 수의 캠퍼들보다 적더라도 좀 더 끈끈하게 지낼 수 있는 규모를 원했어요. 또 기왕 나가는 김에 오래 체류하고 싶었죠. 그런데 제 에스토니아 워크캠프는 당시로소는 이 모든 조건들을 충족하는 완벽한 것이었어요! 그래서 생전 지도에서 찾아본 적도 없던 에스토니아로 떠날 결심을 하고, 워크캠프를 신청하게 되었죠.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저는 에스토니아의 수도인 탈린에서 4시간 가량 소요되는 히우마 섬에서 3주간 체류했습니다. 현지인 가정의 별채 아니 별채(?)에서 저 이외에 3명의 캠퍼들과 함께 지냈어요. 그러니깐 일종의 홈스테이였던 셈이죠. 특히 이 홈스테이라는 사실이 지원 전에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현지인과 교류할 수 있는 게 워크캠프의 가장 큰 매력이니깐요. 그중에서도 제 캠프는 보다 적극적인 편에 속했다고 자부해요. 아예 한 가정과 붙어 살았으니깐요. 화장실과 주방 등 모든 것을 공유했어요. 에스토니아 현지인 가정은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 그리고 그들의 미주알 고주알 같은 네 명의 자녀로 구성되어 있었어요.또 다들 동물을 어찌나 사랑하는지 일단 염소농장을 갖고 있었고, 양도 키웠으며 두 마리의 개와 여러 고양이들이 있었어요. 무엇보다 염소는 아주머니의 주된 수입원이었어요. 인포싯에서도 제가 가면 주로 할 일로 염소들의 젖을 짜고 그 젖으로 치즈를 만드는 일이 언급되어 있었죠. 저희는 주로 주인 아주머니께 질문을 하고 그녀로부터 그날의 할 일을 배당받는 등 캠프에 관련한 모든 것은 그녀의 소관이었어요. 그녀는 우프를 시작으로 저희 이전에도 매년 워크캠프를 개최(?)하는 등 외국인을 받고 그들과 함께 지내는 데에 베테랑이었죠. 캠퍼들에 관해 언급하자면, 4명에 불과했지만 모두 다른 나라에서 온 관계로 우리의 캠프 사이트는 히우마 섬 전체에서 가장 국제화 지수가 높은 곳이었어요. 각각의 출신국은 터키, 프랑스, 스페인, 그리고 한국(저)이었습니다. 그렇게 각 국가에서 1명씩 파견된 식으로 우리는 염소의 젖을 짜고, 뒷마당의 각종 베리나 비트를 따는 등 간단한 일이지만 비교적 알차게 하루하루를 보냈죠.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참가 후 제게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점은 뉴스로만 접하던 다른 국가들의 뉴스나 화제거리에 대해 그 나라 출신인 친구에게 직접 물어보고 생각을 교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예요. 텔레비전이나 신문으로 접했을 때는 남의 나라 얘기였던 많은 것들이 그 캠퍼가 나의 친구가 되는 순간부터는 가까운 이웃의 이야기가 되는 그 감정을 실제로 느껴봤어요.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에 대해 터키 친구와 생각을 교환하고, 카탈로니아 지역의 독립에 대해 스페인 캠퍼에게 이야기를 들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죠. 물론 그 친구들이 각국의 지배적인 전체 여론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직접 그 나라의 사람과 그곳의 문제나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니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또한 가지를 더 언급하자면, 다들 아시겠지만 워크캠프의 공용어는 기본적으로 영어입니다. 하지만 캠퍼들의 구성이나 기타 상황적인 변수에 따라 이 약속이 많이 달라진다고 들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잘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은 거죠. 하지만 에스토니아에서의 제 워크캠프는 출신이 모두 다른 관계로 캠퍼들 간에도, 주인 아주머니와도 영어 외에는 소통 방법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영어를 반드시 써야만 했는데 그전까지는 아무리 그래도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사람들이 구사하는 영어가 진짜 영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에스토니아에 체류한 이후로는 영어의 다양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됐지요. 영어의 기원이나 원어민은 물론 특정 국가에서 찾을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국제화 사회에서 영어는 어찌 보면 그냥 우리 모두의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공용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세계의 모든 국가의 모든 국민들이 영어의 주인인 것이죠. 누군가의 영어가 꼭 정답이고 따로 주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식 영어도 있고, 인도 영어도 존재하며 에스토니아 영어도 있을 수 있는 거지요. 이런 면에서 영어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보고, 영어 공부의 참의미를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만국 공통어로서 영어가 무척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여러분도 이렇게 매력적인 워크캠프에 꼭 참여해보세요! 에스토니아라고 해서 망설이지도 마시고요. 아시나요? 그곳도 사람 사는 곳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