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알프스 고성, 망치 대신 추억을 새기다

작성자 송지원
프랑스 REMPART18 · RENO/HERI 2014. 08 Fort de l'Essesion, Modane, France

Forts de l'Esseillon 4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014년 프랑스 교환학생을 시작하기 전, 한 달정도 일찍 프랑스로 들어와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먼저 교환학생을 다녀온 친구들의 추천으로 국베워크캠프를 알게 되었고, 새로운 곳 프랑스에서 평생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고성을 보수하는 워크캠프를 신청하게 됐습니다.

참가 전 준비라고 할 것은 딱히 없었습니다. 침낭을 준비하라고 해서 침낭을 준비했고, 외국인들에게 한국 음식을 선보여주기 위해 다들 가지고 간다는 호떡믹스와 불고기 양념소스를 준비해 갔습니다.

프랑스어를 거의 완전 초급 수준으로만 할 수 있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영어도 통하겠지라는 속편한 생각으로 프랑스로 떠났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제가 워크캠프 활동을 한 곳은 정말 알프스 중턱에 자리한 오지였습니다. 마을도 아니었고, 정말 고성을 복원하기 위한 베이스 캠프 같은 곳이었습니다. 시골마을의 작은 기차역에서 캠프리더를 만나 또 차를 타고 거의 30분이나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풍경이 끝내줬고,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알프스 산맥 중간에 머무르면서 산 속의 고성을 수리하고 복원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정과 망치로 벽을 부수고, 시멘트와 흙을 섞어 새로운 벽을 만들고 땅을 파서 건물을 복원하는 중노동이어서 처음에는 육체적으로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주어진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제 몫을 해냈습니다. 힘들어 하는 친구들을 위해 분위기를 띄우면서 ‘코리안 크레이지 걸’이라는 재미있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의 복원활동은 매일 파스를 붙이고 잘 정도로 힘들었지만, 끈기를 가지고 하다 보니 어느새 능숙하게 삽으로 땅을 파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건축, 복원 활동에 대해서도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영어로 대화하는 친구들과는 다양한 문화와 사회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프랑스어로만 이야기하는 동료들과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공통관심사를 나누며 친구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 음식인 불고기와 호떡을 함께 만들어 먹고 윷놀이를 소개시켜주면서 저는 워크캠프에서 베스트 요리사에 랭크되었고 친구들은 한국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국가와 인종, 종교를 뛰어넘은 우정과 색다른 경험을 얻었습니다.

프랑스어만 할 줄 아는 사람들이 거의 80%였습니다. 스카우트 활동으로 온 프랑스 고등학생들도 있었고, 건축을 전공으로 하여, 방학동안 인턴쉽을 위해 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고성 복원활동은 이번 해에만 있던 것이 아니라 거의 20여년동안 진행되어 왔던 활동이라 매년 방문하여 고성 보수를 돕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외국인들은 이집트에서 온 건축가들이었습니다. 그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 이슬람 문화, 종교, 정치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곳에서 만난 이집트 친구와 저와 한국인 언니는 주말에 시간을 잡아 가까운 관광지인 안시에도 피크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처음에는 프랑스어를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40명 중에 2명뿐인 아시아인이라 많이 위축되기도 하고 소외감도 느꼈습니다. 일이 고되고 힘들긴 했지만, 점차 같이 일하고 생활하면서 친근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진심을 보여준다면 다같이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고성을 보수하는 일은 정말 노가다였습니다.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일했지만, 마지막 날 성에 가서 제가 작업했던 장소를 보는 데 굉장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뭔가 다시는 오지 못할 곳이라 더더욱 아쉽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정말 짧은 2주였습니다. 제가 언제 다시 프랑스 그 시골길과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그 곳에 갈 수 있을까요? 거의 1년반이지난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곳에서 보았던 수많은밤하늘의 별들과 리어카를 뒤집어 옹기종기 앉아 캠프파이어를 하던 모습, 푸르른 알프스의 산맥이 아른거립니다. 그 곳에서 만난 인연들도 매년 그 곳에 다시 모여 일하는 모습을 그리워하곤 합니다.

제 생애 다시 오지 못할 2주간의 꿈같은 워크캠프. 이런 기회를 만나게 해주어서 국제워크캠프에게 너무나 감사하고,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더 열심히 추억을 쌓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