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레이캬비크, 21일간의 질문

작성자 구민정
아이슬란드 SEEDS 137 · ART/CULT 2014. 11 Reykjavik 레이캬비크

Photo Marathon in Reykjavik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쉽게 갈 수 없는 곳.’

나에게 아이슬란드는 그런 이미지였다. 스물 하나의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적어 내려갔던 내 버킷리스트에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 보기’가 있는 이유도, 어쩌면 그리 쉽게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간절했다.

지금이 아니면 평생 못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워크캠프 참가 국가를 선택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바로 어떤 프로그램을 선택할지가 난관이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와중에 다음의 세 가지 기준을 세워서 결정했다.

1. 육체노동을 하지 않을 것 : 본 여행 자금 마련을 위해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몸이 많이 지쳐있었다. 몸이 힘들면 마음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아이슬란드에 있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내면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했다.

2. 평소 관심분야 일 것 : 평소 관심은 있지만, 접할 수 있는 채널이 협소한 주제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었다. 그 중 하나가 ‘사진’이었는데, 정보력의 부족인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왕초보자도 기죽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세미나나 프로그램은 국내에 없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3. 결과물이 있을 것 :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마무리하는 것의 의미도 크다고 생각한다. 항상 스스로가 뒷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기에, 이런 나를 잘 버티게 할 수 있는 일종의 목표, 즉 ‘사진 전시회’라는 결과물이 있는 SEEDS의‘Photo marathon in Reykjavik’ 이란 프로그램으로 최종결정하게 되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거짓말처럼 느리게, 혹은 빠르게 흘렀던 시간들'

포토 마라톤에서의 기억을 시간 순서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오리엔테이션과 아이스 브레이킹, 시티게임, 워크샵 후 사진 찍기, 익스커전, 인터내셔널 데이 파티, 사진 전시회 수순이었다. 약 2주 간의 시간동안 몇 백 장의 사진을 찍었고, 리더들이 전달해주는 정말 간단하지만 유용한 사진 찍기 스킬을 흡수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 특성상 사진을 전공한 친구와 본국에 자신의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는 친구도 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선 우리 워크샵의 평균 수준이 낮았을 텐데, 사진에 대한 열정을 끝까지 잃지 않아준 게 고맙다. 왜냐하면 초보자 입장에서 그런 프로페셔널한 사람의 성실한 자세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일이 흔치는 않으므로.

그래서인지 한 가지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 앞서 얘기한 사진을 전공한다던 친구와의 일이다. 유난히 말 수가 적은 헝가리 남자아이였는데, 그가 가져온 살라미ㅡ맵고, 짜서 한국인 입맛에 딱 이었다.ㅡ와 전 세계 유대감의 매개인 '술'빼곤 크게 접점이 없었던 터였다. 어쨌든 시간은 흘러 레이캬비크 시립도서관에 사진을 전시하던 날, 내 사진 앞에 한참을 서 있다가 나에게로 와서 '이 사진 정말 쿨해, 멋지다, 정말 마음에 들어!!'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 수 적은 이에게 들은 칭찬이라 그런가? 괜히 더 고마웠더랬다. 그 전날 다 같이 보드카를 마시며, 그의 이름 ‘빌모쉬’를 한글로 적어줄 때 좀 더 정성을 담아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다시, 질문하다.'

만약 누군가가 ‘삶을 아이슬란드 워크캠프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는가?’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당연히 ‘No' 라고 대답할 것이다. 여러분의 기대와 다른 대답이라면 죄송하다. 하지만 이것이 명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의 삶이 부분적인 경험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변한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이야기이다. 이를 증명하듯, 내 삶은 당장 변한 것이 없다. 아이슬란드를 다녀오기 전과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토익 공부를 하고, 학점에 신경 쓰고,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 흔한 대한민국의 24살이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언젠가 소중한 ‘경험’을 얻은 내가 항상 그랬듯, 그 것을 발 구름판 삼아 내 삶에 감사하는 과정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이 축적이 된 시간만이 그 사람에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워크캠프는 나에게 하나의 이벤트가 아닌, 과정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 축적된 과정이 훗날 내게 가져다 줄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굳이 숨기고 싶진 않다. :)))

끝으로 워크캠퍼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워크캠프에서의 모든 일들을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과정’으로 즐기셨으면 한다. 이벤트라고 여기는 순간, 모든 것이 생각보다 시시해질 것이다. 그 곳에서의 시간 또한, 본디 여러분 삶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라. Takk fyr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