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오로라를 쫓아 떠난 아이슬란드, 2주간의 꿈

작성자 김제경
아이슬란드 WF83 · ART/STUDY 2014. 11 - 2014. 12 Fjarðabyggð

Aurora hunting in the East of Iceland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고등학생 때도,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특별히 어긋남 없이 주어진 공부와 책임에만 집중하며 살아왔었다. 그러다 문득 내 인생에서 나 스스로를 위한 시간이 없었음을 깨달았고 덜컥, 어찌보면 무모하게 휴학을 결정했다. 그리고 아주 어렸을 때 부터 꿈꿔왔던 버킷리스트를 아주 작은 것 부터 하나씩 들여다봤다. 늘 내 버킷리스트 1순위였던 오로라. 처음에는 일 년의 휴학기간 동안 오로라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그저 막연한 시작이었다. 그러던 중 3개월의 유럽여행을 계획하게 되었고, 워크캠프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혼자하는 여행이었던만큼 2주동안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워크캠프 국가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당연히 아이슬란드였고, 그 중 눈에 띄는 주제 하나.
'Aurora Hunting' in East of Iceland!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워크캠프 기간에 맞추어 여행 일정도 변경했다. 그만큼 오로라는 내게 어떤 이유나 설명이 필요없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합격 후에 런던에서 아이슬란드, 그리고 아이슬란드에 파리행 항공편을 구매했다. 9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의 유럽 여행 후 아이슬란드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워크캠프 시작 하루 전 날 아침, 영국의 루튼 공항에서 레이캬비크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하기 15분 전쯤 이제껏 비행기에서 봤던 것중에 가장 아름다운 하늘을 보게 됐다. 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그 구름들 사이로 내가 날고 있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갑자기 비행기 안이 시끌시끌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영어 단어는 Whale! 고도가 낮춰진 비행기에서 본 바다에 고래가 있었다. 꽤 높이서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큰 고래였다. 예상치 못한 행운. 고래는 2주동안의 워크캠프를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공항에서 레이캬비크 시내로 향하는 Flybus를 미리 예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현금을 인출하고 버스 티켓을 구매했다. BSI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숙소까지 15분 정도를 걸었다. 걷는 중에 할그림스키르캬 교회를 볼 수 있었다. Worldwide friends에 도착해 짐을 풀고 그 날은 일찍 잠들었다.
다음 날 같은 캠프원들과 함께 반대편으로 이동하면서 중간중간 유명한 관광지에 멈춰 구경하기도 했고, 10시간여를 달려 첫 워크캠프 사이트에 도착했다. 본래 목적지 Eskifjorður이라는 곳이라 이 곳에서는 토요일까지 머물게 됐다. 주제가 오로라 헌팅이었고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아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낮동안은 마을 근처의 사진을 찍고, 지역 주민들의 집을 동의 하에 구경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주말에는 그린라군 근처로 투어가 있었는데 캠프원 15명 중 나와 한 이탈리아 친구를 제외하고 모두 투어를 떠났다. 다른 캠프원들이 같은 건물 2층에 머물렀는데 그 중 한국인 캠프 참가자와 이탈리아 친구와 함께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시간을 함께 했다. 그 날 저녁 본래 목적지였던 Eskifjorður로 향했고, 올드스쿨에 도착했다.
Eskifjorður도 작은 마을이었지만 첫 워크캠프 사이트보다 조금 더 컸고 더 마음에 들었다. 샤워를 하기 위해서는 15분 여를 걸어 수영장으로 가야했다. 워크캠프에서의 주말은 쉬는 날이었지만 평일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워크캠프 주제 탓인지 워크캠프였지만 휴가를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체계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월요일. 드디어 오로라가 떴다. 모두 들떠서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생각보다 오로라가 희미했는데 사진에는 훨씬 예쁘게 담겼다. 그래도 내 인생 첫 오로라! 가슴이 떨렸다. 그 마을 주민과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이정도 오로라는 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진짜 예쁜 오로라는 정말 춤을 추는걸 볼 수 있다고, 눈으로 하늘에 쳐진 커튼을 볼 수 있다고 했다. 2주동안 오로라를 위해 우리는 저녁시간을 늦춰 9시에서 10시 사이에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온 뒤 본 오로라는 한층 더 진해져있었고 새벽 늦게까지 오로라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다음 날 부터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그 주제에 대한 사진을 찍기로 했다. 단어를 선택해 그 단어에 맞는 사진을 찍고 그 날 밤마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방식으로. 주제는 다양했다. opposition, window, bright color.. 그렇게 매일 매일 사진을 찍고 밤마다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다음 날은 더 진한 오로라가 떴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아무렇지 않게 일상처럼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정말 축복받은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아이슬란드에 온 이후로 춥다고 느낀적이 없었는데 10여일쯤 지났을 때,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그날, 히치하이킹을 통해 다른 마을로 갔다. 차주인은 에스키피요르드에 살고 있는 한 모녀였다. 차를 타고 다음 마을로 넘어가는 약 20분동안 예쁜 곳을 지나칠때면 멈춰서서 사진을 찍으라며 배려도 해주셨다. 그리고 그 날 밤 눈이 내렸다. 함박눈이었다. 드디어 'Ice'land를 볼 수 있었다. 예쁘게 장식된 집들과 크리스마스 전등이 달린 가로등, 그리고 함박눈.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여기서 보낼 수 있다면 완벽한 한 해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원래는 금요일에 레이캬비크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눈이 내리는 바람에 하루 일찍 에스키피요르드를 떠나게 됐다. 아쉬웠다.
레이캬비크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 우리의 세 번째 워크캠프 사이트였다. 겉으로 보기엔 작은 집 같았는데 내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예쁜 창이 있는 거실과 포근한 2층 침실,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의 집이었다. 워크캠프 마지막 날. 정말 내가 꿈꾸던, 사진 속에서 늘 보아오던 오로라를 보게 됐다. 나와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누고 공감하고 또 소통했던 이탈리아 친구와 함께였다. 우리가 함께 있으면 항상 좋은 일이 있는 것 같다고, 유치하지만 진심이 담긴 대화를 나눴다.
다음 날, 눈보라가 쳤다. 눈보라를 헤치고 다시 Worldwide friends로 돌아왔고 그렇게 2주동안의 워크캠프가 끝났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원없이 오로라를 봤다. 내 인생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했고, 여운은 남지만 후회는 없는 2주였다. 하지만 워크캠프가 조금 더 체계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캠프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워크캠프라기보다는 정말 아이슬란드로 휴가를 온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프랑스인의 비율이 거의 반이었기에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대화하는 비중이 높았다. 조금 더 다양한 국적비율을 가졌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2주동안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세계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들의 언어가, 나라가, 역사가 또 문화가 궁금해졌다. 여행과 워크캠프의 경험으로부터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워크캠프 후에도 그들과 연락을 주고 받고 안부를 묻고.. 혹시 나중에는 불가능해질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 때 우리가 함께 했었다는 것, 그 따뜻한 감정은 아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또 다시 한 번 훌쩍 떠나고 싶다. 모르는 사람을 알아가고, 소통하고, 그렇게 인연을 만드는 그 과정이 정말 행복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3개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