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불안을 녹인 열흘

작성자 장가영
아이슬란드 WF103 · ART/STUDY 2015. 03 Reykjavik

Journalism and photography – Reykjavik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대학교 졸업을 하고, 취직을 준비하기 전에 무언가 더 하고 싶었다. 직장인이 되면 할 수 없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것 중 워크캠프는 1순위였다. 전혀 색다른 곳에서 낯선 외국인들과 봉사를 한다는 말만 들어도 설렜다.

참가합격을 확인하자마자 항공권을 샀고 나머지는 인포싯 위주로 준비했다. 워크캠프 네이버 카페에 가입해 궁금한 것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사전교육회에도 참가했다. 그러나 모든 준비가 끝난 뒤에도 내 불안감은 쉽사리 가시지가 않았다. 어떤 기대를 하기엔 걱정이 너무 많았다. 이름도 생소한 먼 나라, 아이슬란드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는 물론이고 외국인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경험 이상으로 무언갈 얻을 수 있을까, 까지 내 걱정은 끝이 없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내가 선택한 워크캠프의 테마는 'Journalism and photography – Reykjavik'이었다. 우리는 각자 어떤 주제로 기사를 쓰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투표했다. 그리고 조를 나눠 취재를 하러 돌아다녔다. 레이캬빅 시내를 돌아다니며 아이슬란드의 영어 교육에 관한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농장에서 진행되는 Renovation 워크캠프에 대한 취재를 하기도 했다. 몇몇은 기사 마감을 위해 늦은 밤까지 노트북을 붙들고 있었다.

수도에서 하는 캠프였지만 우리는 익스커젼으로 동부까지 다녀왔다. 아름답고 장엄하게 쏟아지는 폭포, 설산이 둘러싸고 있는 그린라군에서의 휴식, 검은 조약돌과 돌기둥으로 이루어진 언덕이 매력적인 해변을 잊지 못 할 것이다. 형언 할 수 없는 아이슬란드의 자연경관은 살을 에는 추위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경이로웠지만 그보다 내게 더 소중하게 다가왔던 것은 사람들이다.

같이 요리를 하고, 인터뷰를 하고, 여행을 하고, 사진을 찍어주고, 게임을 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 캠프가 끝나고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에도 나는 아이슬란드가 그리웠다. 아이슬란드에서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그리웠다. 애들과 함께 나눠먹던 음식의 냄새며 주고 받던 농담들이 시시때때로 떠올랐다.

핸드폰이 고장 나자 엄마에게 전화하라며 선뜻 핸드폰을 빌려 준 리더, 내가 추워보인다며 자기가 가진 따뜻한 양말을 빌려 준 친구와 내가 맡은 기사에 관한 정보를 은밀하게 다가와 전해준 친구, 우리를 위해 자국에서 기념품을 사 온 친구, 내가 한 요리를 연신 맛있다며 먹는 친구, 마지막 날 나를 배웅하며 글썽이던 친구. '말이 통하지 않는데, 우리가 교류를 할 수 있을까?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들이 가진 따뜻함과 순수함으로 무장해제 되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대학교 졸업 후, 나는 한동안 긍정적인 사고를 하지 못 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성공에 대한 압박,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에서 전환점을 찾았다. 이렇다 할 특별한 경험은 아니었다. 다만 국적도 나이도 제각기 다른 우리가 모여서 함께 무언가를 이루고 즐겁게 놀았던 그 소소한 열흘 동안의 기억들이 나를 바꾸었다. 한국에서 지금의 나는 여유로워졌고, 설렘을 기억하고 있고, 나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내 한 번뿐인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

워크캠프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상을 우정의 힘으로 재건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 목적은 아직도 이렇게 건재하다. 나는 정말 '우정의 힘'을 느꼈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착취하게 만드는 '피로사회' 속에서 전쟁처럼 하루를 사는 이들에게 나는 아이슬란드 워크캠프를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환상적인 나라에서, 따뜻하고 순수한 이들에게 무장해제 되어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