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독일 워크캠프, 용기 한 스푼, 우정 한 바가지

작성자 나슬기
독일 IBG 05 · SOCI 2015. 05 독일

Irschenberg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유럽여행을 준비하다 우연히 워크캠프라는 활동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외국친구들을 사귀는 데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더 찾아봤는데 후기를 보다 보니 좋은 말만 한가득이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길래. 워크캠프를 할까. 가 가장 큰 호기심이자 동기였다.
합격을 하고난 후 그래도 나름 한국을 대표해서 우리나라를 소개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남대문에 가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한복을 입은 테디베어, 전통문양이 담긴 책갈피, 젓가락세트 같은 기념품을 샀다. 음식으로는 짜파게티와 불고기양념을 준비했다. 평소 요리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레시피까지 직접 찾아봤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사실 가는 날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그냥 친구사귀러 가니까 재밌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 여행영어 정도 수준의 짧은 영어로 거기에서 어떻게 애들이랑 2주동안 지내지 하는 걱정이 제일 컸던 것 같다. 한 명이라도 한국인이 있겠지 하는 절실한 마음이 컸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한국인은 나 혼자였다. 러시아, 영국, 세르비아, 멕시코, 터키, 우크라이나, 핀란드, 뉴질랜드에서 온 친구들을 만났다. 더군다나 나 빼고는 웬만큼 영어를 하거나 모국어로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 쯤은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 뿐 아니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답답한 마음이 더했다. 그 때 썼던 일기를 지금 다시 보면 곧 지나가니까 참자 라는 식의 말이 한가득이었다.
나는 독일의 시골마을 이쉔베르그의 한 보육원에서 열리는 'KidoCup'이라는 축구.농구 축제를 돕는 일을 해야 했다. 매일 아침 10시에 모여서 각자 할 일을 배당 받았는데 축제 전에는 주로 축제를 앞두고 보육원을 깨끗이 단장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옮기는 일들을 했다. 이외에도 우리는 공동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맡았는데, 아침 저녁 식사당번을 맡는 게 가장 큰 일이었다. 주로 저녁시간을 활용해서 각국의 나라 음식을 소개하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보통 일과가 5시면 끝나기 때문에 우리는 저녁시간을 이용해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바디랭귀지만으로도 놀 수 있는 게임부터 고난이도의 심리전을 이용하는 게임까지 이것저것 하다보면 마지막에는 소수의 인원끼리 항상 진지한 얘기를 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저마다의 꿈과, 인생과, 가치관에 대한 얘기를 했던 그 시간들이 나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줬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는 뭐든 하고 싶었고 용기도 충만했던 시간이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은 약간 무뎌진 것 같아 아쉽다.
주말이나 쉬는 날에는 근교로 놀러갔다. 근교 로젠하임의 페스티벌에 가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와서 놀랐던 기억, 디즈니 성의 모티브가 된 노인슈반스타인 성에 직접 간 것 부터 김제 호수에서 본 눈물나게 아름다웠던 석양 등 잊지 못할 곳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아이러니 하게도 이쉔베르그 킨더도프의 뒷동산이었다.
그 곳은 보육원에서 조금 더 돌아나가면 나오는 언덕이다. 보육원과 가까워서 우리는 캠프 중간중간 그곳으로 자전거를 타러 가기도 하고, 소풍도 갔었다. 처음 자전거를 탄 날 내 실수로 무릎이 크게 다쳤는데 그때 나를 보살펴 준 보육원 분들과 캠프 내내 신경써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 또 한국어를 전혀 쓸 수 없는 상황에 우울했던 시간들이 종종 찾아 왔는데, 그때 혼자 뒷동산에 올라가서 책을 읽으면서 생각도 많이 하고 휴식의 시간도 가졌다. 핀란드에서 온 뚤리아와 영국에서 온 애쉬의 생일을 맞아 뒷동산으로 소풍도 갔는데, 경치 좋은 곳에 다같이 앉아서, 가져온 기타로 노래를 불렀던 그 시간들이 너무 소중해서 기쁘면서도,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순간이라는 게 동시에 느껴져서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KidoCup'이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는 음식 서빙, 설거지 등 축제 운영 등으로 정신이 없었다. 특히 나는 행사 내내 축제를 찍는 비디오그래퍼로 활동했는데, 오랜만에 잡는 카메라라 잠깐 당황했지만 다행히 터키 친구인 알베르토가 같이 도와줘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처음 한 주는 시간이 진짜 느리게 흘렀는데 축제가 끝날 쯤 되니까 어느 새 2주가 다 지나가서 놀랐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점은 결국 다 고민하는 건 똑같다는 것이었다. 나도 워크캠프에 오기 전까지 앞으로 뭘 해야 할까 계속 고민하는 상태에서 참여했는데,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나처럼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도 있었고, 그걸 실천에 옮기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또 그들이 이제까지 뭘했고 앞으로 뭘 할지 들으면서 내 마음 속에서도 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 떠올랐다. 워크캠프가 끝나면 진짜로 실천해봐야지 다짐했다.
나를 챙겨줬던 친구들의 배려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언어로 충분히 소통하지 못해도 서로의 진심을 알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