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스페인, 낯선 곳에서 찾은 진짜 나
LOS BRINCOS Y LAS BRINCA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국제워크캠프기구의 프로그램은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주변에 참가했었다는 친구들도 없었고 매 방학마다 딱히 기회가 없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취업을 앞두고 있는 나이에 괜한 시간 낭비를 하는건 아닌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해외 여행도 자주 다니고 어렸을때는 유럽에서 8년동안 살았었기에 어떻게 보면 해외 경험이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성인이 되어서 외국 사람들과 합숙생활을 한 적은 없었기에 용기를 내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올 여름 계절학기와 워크캠프를 두고 고민하다 문득 뜨거운 태양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부유럽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던 중 한번에 꽂힌 프로그램에 신청을 하게 되었다. 덜컥 합격이 되고 나서야 다시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IWO 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상단에 뜨는 "It's challenge!" 문구를 되새기며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캠프를 준비했다. 사전 교육 참가가 캠프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점검하고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는데에 도움이 되었고 같은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한국인 언니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조금씩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또한 캠프 이후 열흘간의 홀로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출국장을 나섰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우리 캠프는 총 일곱명으로, 나를 포함한 한국인 둘, 스페인 둘(캠프리더), 그리고 우크라이나, 벨기에, 러시아에서 각각 한명씩 참가했다. 인포싯에 적혀있었던 것 보다 캠프의 분위기는 훨씬 더 자유로웠고, 그날 그날의 활동이 모두 캠프리더 두명에 의해 제안되고 협의되었다. 주로 했던 일은 수영장에서 도서관을 열어 주민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운영했던 것과 마을의 교회 철문과 담을 새로 페인트칠 하는 것이었다. 그밖에도 마을 체육의 날 행사 개최를 도와 다양한 종목의 경기가 열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게임에도 참여했다. 일은 조를 나누어 했고 오전이나 오후 중 선택하여 3~5시간 정도 했기에 자유시간이 많은 편이었다. 자유시간에는 수영장에 가거나 파델(padel)장에 가서 운동을 했고 근처 산, 호수, 국립공원 등으로 놀러가기도 했다. 타 캠프와 달리 일반인에게 대여되는 집을 숙소로 지냈었기에 큰 불편함 없이 지냈고 저녁 이후에는 우리끼리 매일 파티를 즐겼다. 맥주를 마시고 게임을 하며 빨리 친해질 수 있었고 그렇게 2주를 보내고 난 후 마지막에는 가족같은 끈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루는 가까운 거리에서 진행되고 있던 또 다른 캠프를 방문하여 그들과 어울려 거기서 한밤을 지새고 왔는데, 그 팀은 20명이 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캠프가 끝난지 벌써 몇 주가 지난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꿈을 꾸었던 것 같다. 전혀 알지 못했던 스페인이라는 나라에서 2주동안 낯선 사람들과 그렇게 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며 캠프 첫날의 내가 떠올라 웃음이 난다. 캠프 하루 전에 스페인에 도착해서 그 다음날 저녁 7시 즈음 숙소에 도착했을때, 다섯명의 유럽 친구들을 본 나는 그냥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다.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호기로운 마음을 가지고 갔으나 저녁을 10시나 되어서야 먹는 스페인의 문화에 적응하느라 첫날부터 배고픔에 지쳤었고, 유럽 친구들끼리 쉽게 친해지는 모습을 보며 외로움도 느꼈었다. 시차적응, 느릿느릿한 스페인 정서, 그리고 좋게 말하면 자율적이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자꾸 말없이 바뀌는 프로그램 활동 등 몸과 마음은 지쳐가고 정말이지 첫 며칠은 그냥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여기에 온 이유가 떠올랐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러 여기까지 온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가 더 마음을 열고 다가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한 번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40도 아래에서 일터로 향하는 자전거길이 덜 힘들었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게 재밌게 느껴졌다. 친구들의 나라에 대해 더 알게 되었으며 더불어 우리나라에 대한 그들의 궁금증(북한, 언어, 역사 등)을 풀어줄 수 있었다. 나 또한 느긋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으며 매일 밤 맥주 한 캔을 들고 친구들과 게임하며 즐기는 시간이 길어졌다. 모두 마음가짐을 바꾸고 얻게 된 변화들이었다. 이 캠프를 통해 작게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이해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내 태도와 행동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수 있었다. 또한 크게는 조금 거창하긴 하지만 세계를 대하는 한국인의 자세에 대해서까지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면적으로 성장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바쁜 시기이지만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주변 친구들과 특히 동생들에게 워크캠프를 추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