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사람을 보다, 강원도에서 다시 보다

작성자 강병욱
한국 IWO-81 · 아동/문화 2015. 08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큰나무공부방

Youth Laugh, Loudly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이미 2년전에 3주간에 걸쳐 페루로 워크캠프를 다녀온 경험이 있었다. 개발도상국이었던 만큼,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바닥재조차 깔려있지 않은 창고에서 잠을 자고 심심하면 수도가 끊기는 바람에 3,4일씩 씻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일주일에 하루씩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물론 힘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당연시하며 누려왔던 것들이 사라지자 비로소 주위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카카오톡은 고사하고 전화조차 되지 않는 환경에 처하자 그제서야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구분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거다. 페루에서의 3주는 그런 시간이었다. 사람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모든 인공물들을 걷어내고 사람 그 자체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시간이었다. 내 두번째 워크캠프에 참가하기 직전 기대했었던 것은 그것 하나뿐이었다. 나는 워크캠프를 통해서 '사람'을 보고 싶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2주차 목요일에 모든 봉사자와 아이들이 참가해서 퍼포먼스를 구성하는 활동이 있었다. 생각만해도 그리울정도로 즐거웠냐고? 반반이다. 7세에서 14세 사이의 아이들 십여명을 데리고 퍼포먼스를 준비한다는 것은, 약 10분에 한번씩 머리끝까지 화가 나게 만드는 일이었다. 의견통일 같은 건 불가능하다. 다수결에 의해 주제를 정하고 나면, 두셋 정도는 하기싫다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거나 구석에 혼자 앉아서 놀고있다. 누구라도 이를 한번만 경험해보면 대한민국의 모든 초등학교 교사들이 부처로 보일거라 장담한다. 하지만, 결국 하나를 완성해내어 내가 맡은 팀의 퍼포먼스를 간신히 마무리하고 아이들이 개별적으로 준비해온 코너들을 감상해가면서 어느새 화는 다 풀어져 버렸다. 우리 조의 여자애 둘이 사람들 앞에 나가서 걸그룹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는데, 그 순수한 웃음이 너무나도 즐거워 보였다. 어떤 활동을 해도 제일 뒤에 앉아서 화장만 하고 있던 여중생 네명이 앞에 나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물론 음악적인 면에서 보면 정말 못했다. 하지만 실력따윈 중요치 않았다. 꾸밈없이, 순수하게 즐기는 모습이 오히려 갈 수록 매사에 계산적이 되어가는 나를 돌아보게 했다.
아이들의 고집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도 잠시, 나는 어느새 모두와 한데 어울려서 이 워크캠프의 목적이었던 '사람' 그 자체를 보고 있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이 활동을 통해 어떤 혁명적인 성취를 이루었느냐?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면에서는 워크캠프보다는 군대가 낫다. 하지만 이를 통해 배운것들은 많다. 아니, 배웠다기 보다는 반성하게 된 것들이 많다. 나는 내 생각보다 게을렀고, 유약했으며, 참을성이 모자랐다. 아이들과 어울리느라 지쳤다는 나름의 변명을 내세워 내게 주어진 업무를 미루려 했다. 참가한 외국인들이 나이가 한참 어린 청소년 이기에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는 부족함을 이해하려 하는데 피로를 느꼈다. 조금 몸의 컨디션이 나쁘다고 아이들 앞에서 밝은 표정과 태도를 유지하지 못한적도 있었다. 내가 바라던 '사람'을 보기위해선 나 부터가 '사람'이 되어야 했다. 나부터가 나 자신을 드러내야 비로소 사람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자신을 보여주니 스스로가 갖고 있었던 단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번 활동을 통해, 내가 알게 된 건 새삼스레 확실히 인식하게 된 나 자신의 단점들이다.그것 하나 만으로도 이 워크캠프의 소기 목적은 달성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