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봉사, 초심을 다시 배우다

작성자 서유진
프랑스 REMPART17 · 보수/건축 2015. 08 일드 프랑스

Villa Max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저는 현재 한국국제협력단의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봉사자입니다. 아마 당신도 텔레비전이나 신문 한 귀퉁이에서 혹은 친구들과의 대화 중에 한 번쯤은 코이카라고 불리는 이 기관에 대해 들어보셨을 지도 모릅니다. 선발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봉사자들은 각 임지에서 2년간 봉사활동을 하게 되는데요. 물론 지원하기 전부터 2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1년 6개월이 다 되어가는 요즘은 '길다, 길다, 정말 길다'라고 되뇌곤 합니다. 그동안 봉사활동하면 방학 기간 활기를 불어 넣어주던 '여름 농활'이나 한 달에 많아야 두세 번 방문하던 양로원 봉사 정도를 떠올렸었는데... 단순히 다른 환경,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겁고 색다른 경험이라기엔 2년이라는 시간이 다소 길었는지, 슬슬 지루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던 중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봉사자들을 통해 국제 워크 캠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각자 다른 분야의 워크캠프를 통해 색다른 봉사활동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귀로 듣고 흘린 줄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생각나서 새벽 두 세시까지 워크캠프 사이트를 뒤지곤 했습니다. '지금도 봉사활동 중이긴 하지만, 또 다른 봉사를 못할 것도 없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 워크캠프를 다녀오면 더욱더 현실의 삶에, 현재 나에게 주어진 봉사활동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제 3차 Villa Max 보수! 제가 참여한 이 워크캠프는 올해로 3번째 개최되는 보수/건축 작업장으로써 주로 몸 쓰는 활동이 많았습니다. 벽화 복원하기, 페인트칠하기, 지하실 및 창고 정리하기, 무너진 벽 복원하기 등등. 저는 현재 교육 분야에서 봉사를 하고 있던 터라, 오랜만에 해보는 육체노동이 주는 신선함이 좋았습니다. 또한 땀흘려 하루 일하고 나면 어제보다는 좀 더 낫구나 싶은 것이 뿌듯하기도 했고요. 다만 이전에 운동을 게을리 했던 터라 처음 2-3일간은 매일 밤 온몸이 근육통으로 뻐근하긴 했습니다. 다음에 또 워크캠프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전에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정말이지 2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한국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많이 배웠습니다. 특히 지하실에 무너진 벽을 석고가루로 복원하는 것과 페인트 밑에 감춰져 있던 옛 벽화를 복원해 내는 것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은 다른 워크캠프 작업장에 비해 자잘하게 보수할 것들이 많았던 villa max였기에 가능했습니다. 휴일에 팀원들과 함께 방문한 파리 인근의 다른 작업장은 큰 성채를 복원 중이었는데, 워크캠프 기간 동안 보수해야 할 곳이 정해져 있어 막상 다양한 노하우를 배우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2주 동안 살도 많~이 쪘습니다. 혼자 지내는 근 2년 동안은 아침은 물론이고 하루에 한 끼를 먹을까 말까 했었는데, 하루 3끼에 간식까지 꼬박꼬박 챙겨먹다보니 살이 찐 것이지요. 피곤할때 먹는 달콤한 간식, 매일매일 맛있는 식사! 마지막 한 주 동안은 저녁마다 각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먹었답니다. 이때문에 마지막 날 저녁 식사자리에서는 '체육관 저울의 진실 공방'이 일어났습니다. 저희가 숙소로 사용하고 있던 인근 체육관에는 저울이 있었는데, 과연 그 저울이 고장난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살이 찐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근육이 살보다 무거우니 단지 근육이 불어난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던 것도 기억납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한참을 달리다 보면 달리는 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를 잊어버릴 때가 종종 있지요. 봉사활동 조차도 처음 시작했던 그 마음을 잊어버린 채, 이것마저도 어떠어떠한 사람이 되기 위한, 어떤 자리를 얻기 위한 스펙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저의 경우는 초심을 잊어버린 채,'2년이라는 짧지 않는 시간 동안 적어도 이건 해야지. 이건 얻어가야지.'라는 강박관념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익이나 합리를 먼저 따진다면 진정한 봉사가 아니지 않을까요?
이번 워크캠프 활동을 통해서 "내가 기뻐야 진정한 봉사가 가능하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1년 반 전 임지에 정착하면서 열악한 환경을 보며 마음을 다잡던, 너무 더워서 심신이 지칠때도 학생들만 보면 웃음이 나던 그 초심으로 다시 돌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글로 적고 보니 워크캠프는 '봉사활동' 혹은 '대외 활동'이라는 작은 칸에 넣기엔 제게 너무도 값진 경험이었음을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