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홋카이도, 10년 만의 재회

작성자 배지현
일본 CIEEJ1235 · CULT 2012. 08 일본 삿포로

Kaleidoscope Museum of Furano/HOKKAIDO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4일간의 봉사활동이 끝이 났다. 2010년도 홋카이도에서 있었던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면 더욱이 같은 장소에서 하고 싶었다. 2010년 전, 홋카이도에 무지했던 나는 ‘소에게 소원을’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고 그곳의 자연경관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이 우리나라와 가깝다 해도 이곳에서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자연 경관이었다. 드넓은 초원에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이것이 또 한번, 홋카이도에 지원하게 된 이유이다.
내가 참여하게 될 기관인 ‘후라비 박물관’에 대해 알아보고자 그곳의 사이트에 접속하였지만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단순히 ‘망원경을 전시해둔 곳에서 일하게 되는구나’, 하는 대략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참가하게 되었다. 참가하기 전에 참가자의 수는 리더 한 명, 참가자 3명으로 명시되어 있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참가자는 나 혼자였다. 박물관의 주인이신 관계자 한 분, 일본인 리더 한 명, 그리고 참가자 한국인 나. 숙소는 ‘후라비’ 박물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는데 잡초가 무성한 자연 그대로의 곳이었다.

<첫 번째 날부터>
우리가 하게 될 일은, 박물관의 안내와 박물관 안내도와 표지판, 만화경의 사용법을 캡션으로 만드는 일, 박물관 청소였다. 첫날 관계자 분께서 박물관에 대해서 소개해 주셨는데 박물관은 초등학교로 건축한지 100년이 지난 목조건물이라고 한다. 박물관 안을 걸을 때마다 삐그덕- 삐그덕- 하는 소리는 어렸을 때의 향수를 자아냈다., 신비로운 그림자, 만화경과 어우러지는 분위기는 목조건물만이 표현해낼 수 있어 도심에서의 전시를 마다하고 이곳에 박물관을 설립했다고 하였다. 체육관, 도서실, 음악실, 급식실 각 교실 안에 각종 만화경이 전시되어 있었고, 내가 맡은 곳은 체육관이었다. 첫날에는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에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지만 날이 갈수록 ‘어째서 만화경을 선택한 거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만화경은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전 세계에서도 보기도 구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흥미를 가지기 힘들 텐데 어째서 만화경을 선택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하였다. 이유인즉,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다가 이 만화경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가이드를 하면서 만화경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연령, 성별, 국적은 필요 없었다. 보고 즐거워하고 감탄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같았다. 관계자 자신의 꿈은 세계적으로 만화경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급여나 명예, 남들의 시선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신만의 꿈을 위해 전진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러나 안전한 길만을 찾고자 했던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시에서 운영하거나,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다니던 회사를 과감히 포기하고 빚을 지어 학교를 사고, 해외를 돌면서 신기한 만화경을 구해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자 하는 건 이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말이지 행동으로 꿈을 쫓고 있다는 것이다.
14일이 자칫 짧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매일 매일을 함께하면서 이제는 우리가 가족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줄곧 했다. 아침, 점심, 저녁도 함께 챙겨먹고 식사가 끝이 나도 3-4 시간을 미래 이야기, 꿈 이야기, 가족 이야기, 연애 이야기까지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거의 알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까워졌다. 인원이 적으면 적은 대로의 매력이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다. 몇 십 년 동안을 다른 나라의 문화 속에서 살아 오면서 어느 날 아침 14일간을 부대끼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해하고 맞춰 간다는 것이 어려웠다. 날이 지나면서 그들의 사고를 배우고 이해하고 맞춰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난 뒤에는 적응하는 것이 쉬워졌다.
다른 나라에서의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할 수 있는걸 굳이 외국까지 나가서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하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없을 것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참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