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낯선 독일, 마음으로 이어진 인연
Schollenhof Wagshurs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나는 지금 독일에 살고 있다. 교환학생이라는 좋은 프로그램 덕분에 '유럽에서의 1년'이라는 시간을 얻었다. 내가 교환학생을 온 가장 큰 목적은 여행이었다. 한국보다 더 큰 세계를 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워크캠프 참가 전, 5개월동안 35개의 도시에 내 발자국을 남겼다. 하지만 조금 부족했다. 조금 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었고, 워크캠프를 선택하게 됐다. 참가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어쩌나, 낯선 친구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걱정보다는 설렘과 기대가 훨씬 컸기에 참가를 결정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채종하! Wake up!
아직도 가끔 상상을 한다. 프란체스카가 날 깨우는 소리와 함께 맞는 아침을. 워크캠프가 끝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생생하다. 이탈리아에서 온 프란체스카는 나를 부를 때 “채정아”라고 부르고 싶어 했다. 한국에서는 이름 뒤에 '아'또는 '야'를 붙여서 부른다는 걸 알려준 이후부터다. 어설픈 발음으로 "채종하!"라고 날 부르는 목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쉴 틈 없이 돌아다니며 새로움을 주워 담기 바빴던 올해, 프랑스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독일의 작은 도시 아헨, 그리고 그 안의 작은 집 '숄렌호프(Schollenhof)'에서의 2주는 내게 정말 특별한 추억을 안겨줬다.
조용하던 숄렌호프가 시끌벅적해졌다. 아홉 개 나라에서 총 열한 명의 이방인이 숄렌호프를 찾아왔다.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도착한 첫날 우리를 맞아준 건 두 명의 독일인 캠프리더와 이상한 야채수프였다. 처음부터 당황했다.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수프로 허기를 달래려니 남은 2주가 걱정스러워졌다. 음식부터 이런데 문화 차이는 얼마나 클까, 내가 잘 생활할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다른 친구들을 흘깃거려봤지만 다들 잘 먹는 눈치라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캠프리더인 리아와 로사는 육류뿐만 아니라 달걀과 우유 같은 동물성 제품의 섭취는 물론, 동물성 제품을 아예 사용 하지 않는 식습관을 가진 비건(vegan)이었다. 그래서 첫날 우리를 반겨준 것도 야채수프였고, 남은 2주 역시 고기를 거의 볼 수 없었다. 나머지 참가자들 모두 비건은 고사하고 채식주의자(vegetarian)조차 아니었는데 말이다.(채식주의자는 달걀과 유제품은 섭취한다.) 이 때문에 리더를 제외한 참가자들끼리 농담 섞인 뒷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래서 탄생한 숄렌호프의 유행어는, "I hate vegetables." "나는 야채가 싫어." 물론 그 덕분에 우리는 더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걱정과 달리 자신들만의 요리법으로 맛을 낸 각국의 전통 음식은 꽤 훌륭했다. 매일 두 명의 요리팀을 정해서 그 날의 식사와 집 안 청소를 책임졌다. 서로 자국의 맛있는 음식들을 내놨고 나는 한국 대표로 비빔밥을 대접했다. 결과는 인기 최고였다. 고슬고슬한 밥 위에 색색의 채소들을 동그랗게 올려놓고 달걀프라이에 빨간 고추장까지 더했더니 제법 그럴싸했다. 비빔밥의 날 이후 한국산 고추장은 끼니마다 식탁에 올라왔고 너도나도 보내달라며 나에게 주소를 알려줬다.
아직도 가끔 상상을 한다. 프란체스카가 날 깨우는 소리와 함께 맞는 아침을. 워크캠프가 끝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생생하다. 이탈리아에서 온 프란체스카는 나를 부를 때 “채정아”라고 부르고 싶어 했다. 한국에서는 이름 뒤에 '아'또는 '야'를 붙여서 부른다는 걸 알려준 이후부터다. 어설픈 발음으로 "채종하!"라고 날 부르는 목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쉴 틈 없이 돌아다니며 새로움을 주워 담기 바빴던 올해, 프랑스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독일의 작은 도시 아헨, 그리고 그 안의 작은 집 '숄렌호프(Schollenhof)'에서의 2주는 내게 정말 특별한 추억을 안겨줬다.
조용하던 숄렌호프가 시끌벅적해졌다. 아홉 개 나라에서 총 열한 명의 이방인이 숄렌호프를 찾아왔다.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도착한 첫날 우리를 맞아준 건 두 명의 독일인 캠프리더와 이상한 야채수프였다. 처음부터 당황했다.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수프로 허기를 달래려니 남은 2주가 걱정스러워졌다. 음식부터 이런데 문화 차이는 얼마나 클까, 내가 잘 생활할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다른 친구들을 흘깃거려봤지만 다들 잘 먹는 눈치라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캠프리더인 리아와 로사는 육류뿐만 아니라 달걀과 우유 같은 동물성 제품의 섭취는 물론, 동물성 제품을 아예 사용 하지 않는 식습관을 가진 비건(vegan)이었다. 그래서 첫날 우리를 반겨준 것도 야채수프였고, 남은 2주 역시 고기를 거의 볼 수 없었다. 나머지 참가자들 모두 비건은 고사하고 채식주의자(vegetarian)조차 아니었는데 말이다.(채식주의자는 달걀과 유제품은 섭취한다.) 이 때문에 리더를 제외한 참가자들끼리 농담 섞인 뒷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래서 탄생한 숄렌호프의 유행어는, "I hate vegetables." "나는 야채가 싫어." 물론 그 덕분에 우리는 더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걱정과 달리 자신들만의 요리법으로 맛을 낸 각국의 전통 음식은 꽤 훌륭했다. 매일 두 명의 요리팀을 정해서 그 날의 식사와 집 안 청소를 책임졌다. 서로 자국의 맛있는 음식들을 내놨고 나는 한국 대표로 비빔밥을 대접했다. 결과는 인기 최고였다. 고슬고슬한 밥 위에 색색의 채소들을 동그랗게 올려놓고 달걀프라이에 빨간 고추장까지 더했더니 제법 그럴싸했다. 비빔밥의 날 이후 한국산 고추장은 끼니마다 식탁에 올라왔고 너도나도 보내달라며 나에게 주소를 알려줬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음식의 공유와 더불어 우리가 나눠 가진 건 다양한 생각이었다. 오전에 일을 마치면 우리는 으레 거실에 둥글게 모여앉아 특별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다른 문화를 겪으면서 자라온 사람들이 만났을 때 꺼낼 수 있는 주제는 무궁무진했다. 터키에서 온 투바는 아직도 이슬람 문화가 남아 여성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는 터키 동부의 모습을 꼬집었다. 그리고 자신을 스페인이 아닌,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에서 왔다고 소개한 줄리아는 여전히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하는 카탈루냐 사람들에 대해 말해주었다. 스페인 북동부에 있는 카탈루냐 지방은 끊임없이 자치, 독립을 요구해왔고 특별한 날에는 카탈루냐 사람들 모두가 거리로 나와 손을 이어 잡고 서서 카탈루냐 전체를 둘러싼 인간 울타리를 만들기도 한단다. 줄리아 역시 카탈루냐의 독립을 원한다고 했다.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고, 다양한 생각을 내 머리에 담으며 웃고 떠들다보니 2주가 훌쩍 지나가버렸다.
워크캠프 참가 전, 나는 외국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품고 있었다. 너무나도 다른 '문화차이'라는 장벽때문에 그들과 나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는 없을 거라는 것. 하지만 숄렌호프에서 나는 생김새가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다 똑같은 사람임을, 마음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소설가 김탁환 씨는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하여 그 아침과 그 봄이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2015년 8월에 내가 만난 12명의 새로운 친구들과 내가 얻은 소중한 추억이 매년 8월이 시작될 때마다 날 일으켜줄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워크캠프 참가 전, 나는 외국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품고 있었다. 너무나도 다른 '문화차이'라는 장벽때문에 그들과 나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는 없을 거라는 것. 하지만 숄렌호프에서 나는 생김새가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다 똑같은 사람임을, 마음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소설가 김탁환 씨는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하여 그 아침과 그 봄이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2015년 8월에 내가 만난 12명의 새로운 친구들과 내가 얻은 소중한 추억이 매년 8월이 시작될 때마다 날 일으켜줄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