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포르투갈 아반카, 잊지 못할 여름 영화제

작성자 신예은
포르투갈 PT-AV-31-15 · 축제/예술 2015. 07 포르투갈

AVANCA2015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난 대학생으로서의 첫 여름을 꼭 보람차고 재미있는 일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에 가득 차있었다. 방학에 할 수 있을 활동들을 찾아서 여러 포털 사이트를 뒤지다가, 여름이 시작하기 직전에 겨우 워크캠프를 찾아냈다. 그리고 마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워크캠프들 사이에서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 아반카의 영화제 AVANCA 2015의 개최를 돕는 이 워크캠프는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영화제에 참여해보고 싶었고,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쌓아가는 일을 워낙 즐기기 때문에 워크캠프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너무 설레고 행복했다. 하지만 그 처음의 설렘이 가시고 나니 걱정이 많이 들었다.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혼자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아주 먼 곳으로 떠나서 모르는 사람들과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아주 큰 도전이고 모험이었다. 그래서 같이 참가하게 된 한국인 언니와 미리 연락하고 준비물 등을 함께 준비하면서 긴장도 많이 풀었고, 이 워크캠프의 참가 보고서들을 거의 외울 정도로 찾아 읽으면서 최대한 준비하려고 노력했다. 준비 과정에서 이 워크캠프에 대한 사전 공지 사항과 정보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스페인, 포르투갈에서의 내 여행을 마치고 리스본에서 기차를 타고 달려가 내린 아반카는 내 예상보다 훨씬 한적했다. 아반카는 낮은 건물들이 듬성듬성 놓여있고 나무가 많은,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도착해서 조금 헤매다가 영화제 총책임자 안토니오를 만나서 캠프 참가자들을 차례차례 만나 어색한 첫 인사를 나누고 워크캠프를 시작했다. 모든 것이 다르고 개성 넘치는 폴란드, 그리스, 터키, 독일, 세르비아, 바르셀로나, 체코, 러시아 등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2주 동안 함께 자고 놀고 먹으면서 처음의 어색함은 잊고 난 아주 특별한 여름을 나누었다. 우린 지금까지 살아온 배경이 많이 달랐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신기한 것들도 나눌 이야기들도 정말 많았다.브라질 사람들이 식민 지배를 받았던 포르투갈에 대해 감사에 가까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스페인과 자신을 분리시켜서 생각한다는 것도 배웠다. 한국인 언니 둘과 내가 '코리안 오케스트라'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인들이 웃음과 반응이 크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서로 전통 춤들도 가르쳐주었고, 거의 매일 와인을 마시면서 와인이 맛있는 술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흥이 넘치는 유럽인들의 밤도 조금은 느껴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 특별한 2주 동안 내가 지금까지 알아온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주로 한 일은 포스터 붙이기, 영화제가 열리는 학교 청소 및 준비하기, 아침식사 준비 돕기 등이었다. 포르투갈 자체의 특성인 것같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느슨한 분위기였고, 휴식 시간도 자유 시간도 아주 많았다.영화제 기간 중에 상영 영화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본 경험도 유익하고 즐거웠고, 영화 감독들과 함께 영화 제작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워크숍에 참가한 경험도 재미있었다. 아무리 돌아봐도 추억이 가득한 기억들인 것만은 분명하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일단 생각보다 공동생활이 쉽지 않았다.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미묘한 부분에서 생각이 종종 달랐고, 배려가 많이 필요했고, 각각의 개성을 존중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세세한 배려들을 배우는 경험을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다.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계속 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도 했지만, 점점 그런 노력들에 차차 익숙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잘 생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조금은 성장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워크캠프 초반에 날 계속 괴롭혔던 것은 무언가를 느끼고 배워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고등학교 때 입시를 위해 눈에 보이는 결과를 찾던 습관이 남아서 그랬는지, 항공비와 여행비 등에 돈이 많이 들었고 각국 사람들과 함께 하는 워크캠프라는 기회도 특별한데, 이 시간 동안 내가 많이 느끼고 성장하지 못한다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매일 밤에 일기를 쓰면서, 오늘은 내가 무언가를 느꼈나, 어디엔가 조금 성장한 부분이 있나, 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그런데 워크캠프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지나갈 수록, 포르투갈 사람들 특유의 여유로움과 느슨함이 나에게까지 전해져 버렸다. 처음엔 이 워크캠프 자체의 게으름에 가까운 여유로움이 싫었고 더 많은 일을 해내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었는데, 점점 그 여유를 즐기고 친구들과의 추억을 나누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이 워크캠프를 계기로 내가 아주 다르고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더라도 충분히 괜찮고, 그저 이 시간을 노력하면서 즐겁게 보낸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괜찮고 특별한 여름이라는 걸 배웠다. 그래서 이 워크캠프는 그 자체로 나에게 또 돌아가고 싶은 특별한 여름이다. 지금 주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특별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꼭 떠나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