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이탈리아 그라테리, 낯선 마을에서의 성장통

작성자 조재천
이탈리아 LUNAR 02 · 농업/일반 2016. 05 그라테리

WUNDERGARTE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독일에 교환학생으로 오게 되면서, 학기가 끝나면 워크캠프에 참가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과 다르게 독일에는 학기 중에 Excursion Vacation(일명 '소풍 방학')이 존재했고, 수업 자체에 출석 체크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학기 중이었다면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독일 교육제도의 장점 덕분에(?) 수업을 빠지고 이탈리아 시칠리 섬에서 진행되는 워크캠프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터라 짐을 담을 수 있는 케리어는 28인치 하나 뿐이었습니다. 커다란 가방과 크로스 백에 짐을 싸서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탈리아에 가는 것임에도,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한국에서 열 몇 시간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의 공항에서 3시간이면 이동 가능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오랫 동안 집을 나와서 지낸 것에 익숙해져서 워크캠프 기간을 새로운 곳으로 떠난 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 것일수도..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캠프가 위치한 그라테리까지 가는 버스를 탑승해야 했습니다. 탑승 시간 1시간 전에 미리 나와 이동하는 버스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런데.. 버스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내가 가는 곳의 위치를 말하며 버스의 위치를 물었으나 모두들 다른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그랬습니다. 팔레르모에서 그라테리로 이동하는 버스는 시내버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터미널에서 탈 수 있는 시외버스도 아니었습니다. 작은 교통 버스 회사에서 운영하는 버스인데, 특별한 버스 탑승 표지판이 없었습니다. 버스를 놓칠까봐 걱정하며 헤매이다가 버스 출발 2분 전에 간신히 찾아서 탑승했습니다. 그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다른 참가자 중 한 명은 버스를 찾지 못해 밤이 되어서야 그라테리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인포싯에 제대로 된 위치가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단지, 기차역 앞이라고만 되어 있는데 위치를 지도에 찍어서 그 사진을 캡쳐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그라테리. 5월의 이탈리아는 더울 것 같아서 가지고 온 옷들은 모두 반팔에 나시인데, 산 속에 위치한 그라테리는 쌀쌀했습니다. 멀리 보이는 바다와 근처의 마을은 정말 좋은 관경이었습니다. 마을의 아이들은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순박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이탈리아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나는 구글번역기를 이용해 아이에게 길을 묻고 있었습니다.
숙소는 그라테리 안에 있는 호스텔 옆의 빈 건물이었습니다. 아마 호스텔 주인이 소유하는 건물인 듯 합니다. 조식과 중식은 파니니를 먹었고, 석식은 호스텔의 주방장이 요리를 해주었습니다. 숙소는 크지는 않지만 3층으로 된 건물로 공용 샤워실 1개와 침대가 여러 개 있었습니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첫 날은 함께하는 참가자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독일에서 온 Jakob, 프랑스에서 온 Dimitri와 Flora, 폴란드에서 온 Agata, 체코에서 온 David, 세르비아에서 온 Milos, 마지막으로 시칠리 섬에 살고 있는 Constantino 이렇게 우리는 총 8명이었습니다. 와인과 맥주를 한 잔씩 마시며 이름과 각자의 취미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첫날 밤을 보냈습니다.
다음 날부터 우리의 작업은 바로 시작되었습니다. 보통 시간이 흐르면 과거의 일이 조금은 흐릿해지거나 미화되기 마련인데, 정말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일이라는 표현보다는 '작업'이라는 표현이 적합한 것 같습니다. 한국의 군대에서 하는 작업만큼 어쩌면 처음 며칠은 그 작업보다 더 힘든 일들을 했습니다. 작업장은 숙소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산길을 걸어 30~40분 정도 가면 나옵니다. 작업의 목적이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하여 처음에는 나무로 벤치를 만들고 꽃들을 심는 일들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잡초를 일일이 제거하고, 나무를 베어 공간을 확보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식수 조차 숙소 근처에서 물통에 담아서 가야하는 곳이었는데 무더운 태양 아래에서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일의 강도가 쎄서 현지 담당자와 다투기도 했습니다. 담당자는 우리에게 일의 효율을 높여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입장은 이러했습니다. 톱과 제초기를 처음 사용하는 우리에게 효율성을 바라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 또, 우리는 Worker가 아니라 Volunteer인데 일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 이것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Worker가 아닙니다. 우리의 시간을 내어 봉사를 하러 온 것입니다. 기대했던 것들은 많은데 그 기대에 미치지 않는 일들을 강요받는 시간들은 우리 모두를 지치게 했습니다.
생각보다 빡빡한 일정의 워크캠프 였습니다. 뿌듯하기는 하지만 하루 종일 무더운 태양 아래에서 일을 하고나면 모두가 지쳐서 저녁과 밤에 서로 교류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순서를 정한 후 공용 샤워실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워크캠프를 선정할 때, 어떤 일을 하는 지 확실히 알아보고 선정하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