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에스토니아, 우연히 만난 행복

작성자 김슬비
에스토니아 EST 19 · 농업 2016. 07 - 2016. 08 에스토니아

LEPANIIDI FARM 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참가동기는 정말 단순했다. 학교에서 해외봉사 모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지원했다. 가볍게 신청한 만큼 준비도 또한 가볍게 했다. 이왕 비행기 타는 김에 봉사 기간 앞 뒤로 터키에 여행일정을 잡은 게 끝이었다. 일정이라고 해봤지 왕복 비행기 표만 끊은 게 다였다. 내가 신청한 워크캠프는 농업분야의 EST 19, 에스토니아라는 낯선 나라에서 진행되는 캠프였다. 세계 곳곳의 다양한 형태의 농장들을 다녀오면 훗날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일부러 농업을 선택했는데, 이상하게 '에스토니아'라는 나라를 꼭 가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고, 망설임 없이 이 LEPANIIDI FARM을 선택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시간에 맞춰 봉사장소로 가기 위한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소로 향했다. Kaina로 마중 나온 아주머니는 밝은 갈색 머리카락에 짙은 갈색 눈동자를 가진 푸근한 인상으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다른 봉사자들과도 쑥스럽게 인사를 주고받고 드디어 봉사 장소이자 우리가 머물 농장으로 향했다. 숙식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받자 집 주인이 굿나잇을 외친다.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하면서 시계를 보니 벌써 열시. 다시 한 번 내가 정말 에스토니아에 있구나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봉사가 시작되었다. 오전에 염소 젖을 짜는 것을 시작으로 텃밭의 잡초제거, 주문이 들어온 대로 농작물 수확, 다양한 베리들을 따서 잼을 만들거나 아까 짠 염소 젖으로 치즈나 요거트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오전과 마찬가지로 낮 내내 드넓은 초원에서 뛰놀던 염소들을 우리로 들여보내고 다시 착유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 지었다. 어떤 날은 농작물을 배달하러가기도하고, 주인아주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가기도 하고, 수영도 하러가기도 했다! 또, 날이 좋은 날이면 섬 여기저기를 구경시켜주시기도 했다. 저녁에 샤워하기 전 사우나는 보너스! 이쯤되면 봉사라기 보다는 홈스테이에 가까운 워크캠프였다는 표현이 좀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도 그 부분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래도 봉사는 봉사! 어떤 날은 구름 하나 없이 해가 쨍쨍 내리 쬐는 날에는 정수리가 벌겋게 익어서 샤워할 때 얼얼하기도 했고, 무성한 잡초들 사이에 듬성듬성 나있는 수 많은 엉겅퀴들에 긁혀서 빨간 물집도 수 십개 생겼고, 지금도 상처들이 많이 남아있다. 또 밭에 파리는 얼마나 성가신지, 저번에 가평역을 지나는 지하철에서 2000원 짜리 벌초용 모자를 사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었다. 살 뜯어먹는 벌레한테도 세번이나 물려서 커다란 멍이 세 개나 들었지만... 매일매일 맛있는 음식들을 해주신 아주머니의 사랑과 이 집 4살배기 귀염둥이 막내 딸과 놀아주다보면 그 모든 것들은 그저 그런 것들이 되어버리고 행복만이 남았다. 그리고 거대한 Hayrolls 위에 올라가 평화를 즐기다보면 바로 그 곳이 PARADAISE!
봉사도중 가끔씩 섬 주변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HIIUMAA의 문화유산을 보러다닌 것이 주가 되었다. 전쟁박물관, 에펠탑 놀이공원, 십자가 숲, 다양한 등대들 그리고 소비에트 시절 사용한 감시탑, 지하벙커 등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곳들을 방문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HIIUMAA의 청정한 자연 속에서 우리는 마사이 족 처럼 트래킹도 할 수 있었고, 인근 바다에서 수영도 할 수 있었다. 만약 백조와 함께 수영하는 것이 꿈이라면, 아마도 이 곳을 꼭 방문해야 할 것이다. 백조들이 수영하는 사람들 옆을 유유히 떠다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열리는 특별한 축제도 가볼 수 있었다. 이 곳 Hiiumaa에서는 일년에 한 번씩 '카페의 날'이라는 작은 축제를 Kardla에서 연다고 한다. 이 축제에서 우리는 생선케이크, KALI, 맥주들을 맛 보고 각종 Handmade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던지 그 나라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종교 또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일요일 미사에 따라가 보았다. 에스토니아어를 할 줄 모르기에 무엇을 말하는 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단 한가지 인상깊게 들었던 것은 바로 노래였다. 청소년 합창단의 찬송가는 정말 아름다웠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터키에서 에스토니아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한 당일, 새벽에 쿠데타가 일어나 하마터면 워크캠프에 참여하지도 못할 뻔 했다. 놀란 가슴은 터키에 남겨두고, 다행히 에스토니아에 도착했고, 지금 이렇게 무사히 봉사를 마치고 참가보고서를 쓰고있다.
Lepaniidi Farm, 정말 가볍게 선택했지만 이렇게 큰 행복을 선물받다니 봉사하는 내내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지금은 매일매일 그 곳이 그립다. 이 곳에서 배운 Organic Life Style이 나의 삶의 모토로 자리잡았다. 봉사하러가서 배운 것이 더 많은 워크캠프였다. 이 곳을 다녀 온 뒤로 삶에 여유가 생겼다. 나태한 여유로움이 아닌 부지런한 여유로움.
만약 지금 어떤 워크캠프를 선택할 지 고민 중이라면 EST 19를 선택하시길!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