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잊지 못할 가방 분실 사건
Land of dreams – On the mov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독일 교환학생의 학기를 마무리한 후에 워크캠프를 하겠다고 일찌감치 신청했다. 신청한 국가는 '아이슬란드'였는데, 신비로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에 끌려 신청하게 되었다. 함께하는 친구들은 한국인 2명, 캐나다 1명, 이탈리아 2명, 멕시코 1명, 스페인 3명, 러시아 1명으로 총 10명이었다. 우리의 봉사는 봉사자들을 위한 봉사였다. 봉사자들이 이용하는 캠프 장소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활동과 아이슬란드의 경관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그 장소에 머물며 청소를 하거나 음식을 요리했다. 아이슬란드 Ring road를 한 바퀴 돌면서 다니는 것이라 여행도 하고 봉사도 할 좋은 기회였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출국 전날 밤에 여권을 잃어버린 일이다. 아니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아침 6시 10분 출국인데, 전날 밤 10시가 되어서야 가방이 없는 것을 알았다. 캠핑을 하고 아침에 분명히 가방을 차 뒤 칸에 넣어 두었는데 보이지를 않는다. 짐들을 모두 빼서 다시 살펴도 보이지 않는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가방에는 여권, 일기장, 독일 신분증, 여러 서류가 들어 있었다. 이것들은 너무나 중요한 것들이다. 몇 개월간의 기록이 담긴 일기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 침착하게 대사관을 알아보았는데, 아이슬란드에는 한국 대사관이 없단다. 노르웨이에 있는 대사관이 아이슬란드까지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여권을 재발급받으려면 노르웨이를 찾아가야 하는데 여권이 없어서 갈 수도 없다. 함께하는 친구들이 더 걱정을 해주더라. 한 친구가 우리가 움직였던 길들을 떠올리며 장소마다 전화를 걸어주었다. 갑자기 소리를 치더라. 캠핑장 관리소에서 맡고 있단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아이슬란드 남부이고, 캠핑장은 동부이고, 공항은 서부이다. 여기서 캠핑장을 갔다가 공항까지 가는 것이 가능할까? 구글맵을 통해 노선을 확인하니 7시간 30분이 걸린다고 나오더라. 이걸 보자마자 차에 시동을 걸어주는 친구, 야간 운전이니 나눠서 운전하자며 따라 타는 친구, 졸리는 잠을 깨워주겠다는 친구까지. 4명이 차를 몰고 캠핑장으로 향했다. 깜깜한 밤에다가 안개가 껴서 잘 보이지도 않는 고속도로(고속도로라고 하기에는 2차선 도로에다가 중간 중간에 차선이 합쳐지는 길도 여럿있다.)라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더 빨리 더 빨리'를 외치고 있었으나, 그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정해진 속도를 지켰던 것 같다. 캠핑장으로 도착하여 가방을 찾았다. 풀 속에서 비를 맞아 가방이 온통 젖어 있었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 시각은 12시 30분. 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은 5시간을 예상하였다. 운전자를 바꾸어 왔던 길을 다시 차를 타고 달려왔다. 아까보다는 조금 빠른 시간이었다. 과연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가는 길에 문제가 생겼다. 충분했던 기름이 다 떨어져 가고 있었다. 아이슬란드의 도로에는 도통 주유소가 보이지 않는다. 산 넘어 산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더라. 기름 게이지의 마지막 한 칸으로 달린 지 15분이 지났을까, 저 멀리 마을이 보이더라. 긴장한 마음을 한 시름 놓고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조수석에 앉은 나는 계속 핸드폰의 GPS를 켜서 위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우리는 밤새 운전하는 친구가 졸릴까 봐 신나는 노래를 계속 틀어 서로의 잠을 깨우고 있었다. 가장 마음을 졸여야할 나는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 있었다. 저 멀리 '레이캬비크'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은 5시 10분이다. 공항버스로 공항까지 40분이 걸리는 거리인데, 새벽이니까 차가 안막혀서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운전하는 친구의 피곤함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인지, 마음 속에는 '조금만 더 빨리 달려줘!'를 외치고 있었다. 그래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건 정말 잘한 것 같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5시 40분. 친구가 체크인 카운터로 제일 먼저 달려가 체크인 여부를 물었다. 대답은 '안돼'였다. 친구가 눈물을 글썽이며 '여권을 잃어버려서 7시간을 차를 몰고 왔는데 부탁드려요'라고 말했다. 승무원이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주더라. 그러나 정말 자기들도 미안하다며 시간이 늦어서 체크인이 안 된다고 답해주었다. 그때 우리는 모두 허탈함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비행기를 놓치고 차 안으로 돌아가 잠깐 잠을 청한 후 새롭게 예약한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돌아왔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밖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기도 했고, 별이 빛나는 하늘에 희미하게 비치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채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했다. 난생처음으로 해본 히치하이킹이 성공하자, 자신감에 차서 다음 캠프 장소까지 히치하이킹을 해서 찾아가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도 급박했던 '가방 분실 사건'은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힘든 일을 자기 일인 것처럼 생각해주는, 누구보다 피곤할 텐데 비행기 시간을 못 맞추게 운전해서 미안하다 말해주는 친구들을 얻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는 워크캠프라, 나는 '워크캠프를 다음에 한 번 더!'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