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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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수정
이탈리아 CPI09 · 환경/문화 2017. 07 - 2017. 08 이탈리아 CAMERATA NUOVA

DISCOVER THE ANCIENT CAMERAT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를 떠나간 데에는 다양한 동기가 있다. 완전히 다른 유럽문화권에서의 2주간의 생활, 새롭게 만나게 될 외국인 친구들, 흔치않은 영어회화의 기회, 게다가 생의 첫 외국경험이 봉사활동이라니 이보다 멋질 수가 없지 않은가? 또, 평소 많은 환경봉사의 경험도 있기에 자신도 있었다.
참가 전에는 인포싯을 토대로 모든 준비물을 챙기는 것에 가장 신경썼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하루전에 도착해서 머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준비가 부족했는지 가장 중요한 베이스 캠프까지 가는 길을 완전히 오해해서 혼자 굉장히 오랜시간동안 돌아돌아 도착했다. 아는 영어라 잘 해석했다고 생각해도 꼭 두번, 세번 체크하도록 하자.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시작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베이스캠프까지 찾아가는 길조차 완전한 이방인인 나에게는 쉽지 않았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우리나라에 대해 설명하기에 내 영어실력은 퍽 부족했다. 사실 함께 봉사를 하는 친구들도 나와 비슷했다. 한편으로는 좋았지만 문제는 같은 나라 친구들끼리 영어 대신 그들의 언어를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이탈리아친구 3명, 러시아친구 2명, 스페인어를 쓰는 친구들 2명, 그리고 스페인어를 쓸 줄 아는 덴마크 친구 1명으로 구성되어있었는데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는 비슷한 면이 많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서로의 언어로 소통이 되는 듯 보였다. 영어조차 부족했던 한국인인 나로서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다. 몇 차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으나, 크게 고쳐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 상황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며칠 후엔 스스로 생각을 바꿔보았다. 처음부터 나는 영어보단 문화교류에 많은 관심이 있었으니, 내가 그들의 언어를 조금이라도 배워보자! 그 때부터는 내가 먼저 늘 묻곤 했다.
‘이거 너희나라 말로는 뭐라고 해?’, ‘나 너희나라 말 배우고 싶어!’
서로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 또한 포함하기 때문에 늘 즐겁고도 유익한 일이었다. 서로의 어설픈 발음에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이를 계기로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내가 위처럼 묻고 난 뒤로는 항상 ‘한국어로는 어떻게 말해?’하며 되물어봤다. 나라는 달라도 서로 마음은 늘 같았다.
앞서 말했던 많은 동기들 중 또 한 가지는 나의 ‘외국인 울렁증’을 고치기 위함이었다. 늘 영어를 쓰기 전에 머리가 하얘지고 말문이 막히는 편이었는데, 이번 워크캠프를 통해서 가장 크게 느꼈던 문화적 충격은 왠지 아예 다른 사람일 것만 같던 외국인들 모두 결국은 다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것을 느꼈다. 많은 점이 변했다. 이제 외국인들을 봐도 두렵거나 떨리지 않았다.

봉사활동 자체는 그렇게 힘든 활동은 아니었다. 매일 아침마다 오르던 산행도 일주일 후부터는 익숙해졌다. 여기서의 봉사활동은 문화-환경 프로그램으로 ‘Camerata Nuova’라는 마을의 뿌리가 되는 ‘Camerata’라는 유적을 보전하는 활동이었는데, 대부분의 활동이 유적지 주변의 풀과 나무들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워크캠프 측에 왜 환경프로그램으로 등록되어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로 풀을 베어낸다…. 보통의 등산로 정돈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것과 관계없이 지역문화를 배우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겠다.
오전에 유적지에서 봉사하는 일 외에는 늘 지역문화를 배울 수 있는 활동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숙소 근처의 주조장에서 직접 담근 와인을 마시고 이탈리아 전통음식을 맛보던 일인데, 유쾌한 이탈리아 분들의 기타연주와 노래 소리를 듣고 있자니 우리만의 작은 파티를 하는 기분이라 너무 행복했다. 특별한 활동이 없을 때에도 늘 마을공원에서 카드놀이 또는 바에서 커피나 맥주 한 잔을 하거나 했는데, 동네자체가 워낙 작고 조용해서 늘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저녁이 되면 온 동네 아이들, 어르신들 모두 길거리로 나와서 서로 잡담 아닌 잡담을 늘어놓는데 이방인인 우리에게도 늘 ‘ciao!’하며 인사해주곤 했다. 덕분에 항상 유쾌한 마음이었다. 또, 평소 식단도 이탈리아 가정식에 가깝기 때문에 식문화 또한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쉬는 날에는 다 같이 로마중심으로 짧은 여행을 갔고, 현지인 친구의 가이드 또한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스스로 이번 여정의 처음과 끝을 돌아보면 참 많은 것이 변했다. 첫 날에는 모든 게 낯설고 두려워 길도 물어보지 못했는데, 마지막 날에는 다른 외국인 여행객에게 길도 설명해 줄 수 있었고 크고 작은 실수에도 이탈리아사람들처럼 유쾌하고 담대하게 대응했다. 또 영어에도 자신이 없던 내가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로 자기소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흥미롭게도 이 간단한 회화가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키워줬다. 어쩌면 사소한 이런 일들이 나를 성장시켰고, 언어 외에도 많은 것들에 도움을 줬다. 특히 유난히도 자존감이 낮았던 나에게는 유일한 한국인으로서 2주간 고군분투했던 이번 워크캠프가 정말 좋은 디딤돌이 되었다. 어딘가 나처럼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많은, 혹은 우물 속의 개구리처럼 지내고 있는 당신이 이 글을 본다면 주저않고 추천해주고 싶다. 지금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