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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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OVERING THE BOCAG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처음에 워크캠프라는 것을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여자친구가 유럽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가자는 것이다. 살면서 한번도 못가보고 사진만 보며 감탄했던 유럽에서의 봉사활동은 나한테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놓칠 수 없던 기회였기에 사이버지식정보방(사지방)으로 달려가서 언제, 어떤 분야의 캠프를 갈지 찾아보았다. 아동/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아 지원했지만 떨어져서 뽑는 인원이 그나마 많았던 환경/보수 분야의 캠프를 가게되었다. 합격통보를 받고는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표를 사고 사전교육을 참가했다. 교육을 듣기 전까지는 어떤 캠프일지 확신도 잘 안들고 아리송 했지만 교육을 듣고 나니까 캠프를 가는게 진짜 실감이 났고 경험자들의 프레젠테이션 덕분에 워크캠프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교육에서 챙겨가면 정말 유용한 준비물들을 알려주니까 막막했던 짐싸는 일도 한층 수월해졌었다. 워크캠프에 가장 기대했던점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한국인 친구도 아닌 세계 각지의 친구들을 만나고 3주라는 기간동안 같이 생활한다는 건 너무 설레는 일이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우리캠프는 두 군데의 마을에서 생활했다. 먼저 있던 마을에서는 마을회관 강당에서 다같이 생활했다. 처음 캠프에 도착했을 때 각자 캠핑용 야전 침대여서 살짝 당황했다. 샤워실은 400미터정도 떨어진 축구장에 있었고 주변에 마트는 하나도 없었다. 정말로 봉사활동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캠프기간동안 매주 금요일마다 다같이 모여서 2인1조로 요리할 팀을 정하고 한 주동안 느낀 점, 개선했으면 하는 점들을 각자 이야기했다. 첫 주에는 어떤 시설물의 페인트칠을 벗겨내고 다시 페인트칠을 하는 작업을 했다. 둘째주에는 세계대전에서 사망한 사람들을 기념하는 비석주변을 예초하고 울타리를 페인트칠하는 작업을 했다. 이 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은 엄청 정이 많고 우리에게 관심이 많으셨다. 한번은 우리가 하루일과를 마치고 바(bar)를 갔는데 한 할아버지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말했더니 한국분이랑 같이 합창단 한적이 있으시다며 반갑다고 맥주를 사주셨다. 처음 본 나에게 관심을 보여주시고 얘기를 해주셨는데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계셔서 너무 뿌듯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본인 집으로 우리 모두를 초대해 바베큐파티를 해주시며 정말 아낌없이 우리의 배를 채워주셨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집주인부부께서 다른나라도 아니고 우리나라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며 나와 여자친구에게 노래를 요청하셨던 것이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먼저 본인들의 노래를 들려주신 거에 대한 감사함의 의미로 나도 윤딴딴이라는 가수의 '니가 보고싶은 밤'이라는 잔잔한 노래를 불러드렸다. 너무 떨렸지만 다들 집중해주고 좋아해주어서 안심했다. 게다가 이분들은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나머지 우리에게 한국의 유명한 작가, 시인, 가수 등을 물어보셨다. 그래서 작가로는 '박완서', 시인으로는 '윤동주', 가수로는 '김광석'을 알려드렸다. 이분들에게 한국을 또 한번 알린거 같아서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두 번째 마을에서의 작업은 무너진 돌담을 다시 쌓고 벤치를 페인트칠 하는 거였다. 돌담 쌓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완성된 돌담을 보면 힘든게 사그라들었다. 우리의 캠프기간중에 운좋게 7월14일이 프랑스 혁명일이라 그날은 일을 안하고 다른 워크캠프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저녁을 만들어 먹고 밤에 불꽃놀이를 보러갔다. 두번째 마을에는 성(castle)이 하나 있는데, 그 성 주변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거여서 너무 멋있고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마지막 주말에는 internatioinal day라고 해서 그동안 감사했던 어르신들을 초대해서 우리 각자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랑 여자친구는 지난번에 만들었던 호떡이 인기가 너무 좋았어서 다시한번 호떡을 만들었다. 호떡 믹스없이 꿀과 시나몬가루, 설탕을 섞어 속을 만들어 넣고 식빵 두 조각을 겹쳐 컵으로 눌러 찍어서 동그랗게 만들었다. 역시나 인기 폭발이었다. 이렇게 마지막 일정이 끝나고 각자 인사를 할 때 아쉬운 마음이 너무 컸고 프랑스식으로 볼인사를 하는데 코끝이 찡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3주라는 기간이 어떻게 보면 길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들기에는 정말 충분한 시간인 거 같다. 처음만났을 때는 말도 잘 안통하는 이 친구들이랑 어떻게 지낼까 하는 걱정이 컸는데 같이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며 금방 친해져서 헤어질 때는 아쉬운 마음이 너무 컸다. 나보다도 어린 친구들이 나에게 과한 장난을 치거나 미팅을 할 때 자기주장만 하고, 뭐든 남들이 해주기를 바라고, 마냥 놀고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화가날 때도 있었다. 군대를 전역하고 한달뒤에 온지라 더 심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캠프에 오기전에 문화적 차이가 분명히 있을 거라는 교육을 받고 와서 참다보니 어느새 이런 친구들을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다보니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서로 돌아가며 11인분의 요리를 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해서 그런지 책임감과 인내심도 기를 수 있었던 거 같다. 또 다시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꼭 한번 더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