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터키, 계획 밖의 봉사, 뜻밖의 우정

작성자 장두인
터키 GSM03 · 환경/보수 2018. 07 - 2018. 08 키르클라렐리/이나다

Sultan’s Trail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예전에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 국제워크캠프기구의 주니어 버전인 YESIA에서 주최하는 봉사활동을 하러 인도 델리에 다녀온 적이 있다. 벌써 7년이 지난 오래된 일이지만, 그곳에서의 일들은 따뜻한 추억으로 내 마음 한 켠에 항상 자리잡고 있다.
그러다 올해 초 난 우연히 워캠에서 보낸 참가비를 환급받을 수 있는 '얼리버드' 미션에 관한 메일을 받았다. 그걸 보자 방학 때 내 제일 친한 친구와 해외봉사를 다녀오면 우리 둘에게 40년은 얘기할 수 있는 안줏거리가 되겠다고 생각해 함께 신청했고, 운 좋게도 둘 다 합격했다.
어렸을 적 인도로 봉사를 갔을 때는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부모님이 모든 걸 준비해 주셔서 잘 몰랐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했다. 하지만 우린 둘이기 때문에 내가 항공편을, 친구가 여행자보험을 알아보는 등 여러 것들을 나누어 함께 준비했고, 그 기간에 우리의 우정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서두에 말했지만 어렸을 적 인도 델리에서의 약 2주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고, 지금도 삶이 힘들 때 내 원동력이 되어 주는 것들 중 하나이다. 성인이 된 후에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은 그 때와는 또 다를 것이므로, 나와 내 친구는 외국에서의 생활, 봉사활동, 만날 사람들에 대해 큰 기대를 안고 출국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하지만 봉사활동은 우리가 사전에 알고 간 내용과 많이 달랐다. 우리는 터키의 GSM-03 Sultan's trail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사전 인포싯에서 봤던 그 내용은 흑해의 해변에서 유럽 본토까지 이어지는 'sultan's trail'이라는 도로의 표지판을 정비하는 등 실제 흑해의 해변에서 하는 활동들에 관한 것이었다. 여름의 흑해 해변에서의 봉사활동. 일이 힘들지라도 그것 하나만 보고 그 프로그램을 신청한 것이었는데, 봉사 첫 날부터 우리가 한 일은 숙소 근처에 있는 공사판에 가서 돌들을 나르고 길거리에 타일을 까는 일이었다. 전날부터 우리가 하게 될 일에 대해 물어도 캠프리더, 그 지역 시 의회에서 일하는 관계자 등은 아직 모른다, 다음날이 되어야 알 수 있다라는 답변만 했었고, 불길한 예감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첫 날 봉사가 끝나고 나와 내 친구를 포함한 모든 참가자들이 이건 우리가 신청했던 봉사활동이 아니라고 따지고 나섰다. 사실 그랬다. 그런 일들은 우리 동네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우리가 인포싯에 적힌 내용을 그 관계자에게 보여주자, 그런 내용은 처음 본다고 했다. 우리는 그게 말이 안된다며 우리의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 주장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일주일에 4일은 첫 날 한 것과 같은 강도, 종류의 일들이 숙소 근처에 있는 장소에서 진행될 것이고 3일은 흑해 해변에서 봉사활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캠프리더와도 계속 얘기를 해보고, 국제워크캠프기구와도 연락을 취해봤지만 인포싯대로 봉사활동을 진행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리더에 의하면 관계자나 시 당국에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참가자들끼리 서로 의논을 한 끝에 이런 봉사활동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일주일 만에 기대로 가득 찼던 나의 터키 봉사활동은 끝이 나 버렸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우선 정말 아쉬웠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고, 제대로 봉사다운 봉사도 해보지 못한 채 모든 게 끝나버린 게 짜증났고 그 이후에 우리가 계획했던 일정도 모두 수정해야 한다는 것도 무척 번거로운 일이었다. 워캠 다른 참가자들의 후기에서 이런 비슷한 일들은 읽어본 적도 없는데 왜 나와 내 친구에게 하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기에 그 상황에서 최선의 대안을 생각해야했다. 다행히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각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다들 너무 괜찮은 친구들이었고, 앞으로의 일정에 관해 많은 얘기들을 나눠봤어서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원래 나와 친구는 봉사가 끝나고 터키, 크로아티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 몇 명 역시 그랬기에 우리는 의도치 않게 생겨버린 약 1주 반의 시간 동안 함께 여행을 다니기로 했다. 그럴 계획이 없었던 친구들은 각자의 계획대로 움직였다.
우리나라도 아닌 외국에서의 예상치 못한 상황 변화. 나와 친구는 처음에 매우 당황했었다. 우리의 남은 전체적인 일정 조율을 외국에서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시도해보기도 전에 두려움과 막연함으로 다가왔었다. 그러나 가만히 넋 놓고 있는다고 도움될 것은 하나도 없기에 일단 머리를 맞대고 하나씩 바꿔가기 시작했다. 원래 잡혀있던 숙소들을 날짜 조정하고, 비행기표도 날짜를 바꾸고, 시간이 더 생겼기에 돈이 더 들더라도 헝가리도 여행해보기로 결정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외국이었지만 하나씩 친구와 함께 하다보니 안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글로 읽으면 별 거 아닌 일이지만, 나와 친구는 이 부분에서 엄청난 자신감을 얻었다. 그냥 예정대로 봉사를 진행했더라면 절대 느낄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위기를 뒤집어 기회로. 말 그대로 전화위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