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홋카이도, 유학 생활의 마침표를 찍다

작성자 정윤나
일본 NICE-12-78 · ENVI 2012. 09 일본 홋카이도

Onuma 3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1년간의 일본 유학생활을 의미 있게 마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고민 끝에 예전부터 꼭 참여해보고 싶었던 워크캠프를 신청하게 되었다. 가난한 유학생 신분이라 도쿄에서 홋카이도까지의 교통비를 어떻게 해서든 줄이고 싶어서 나리타 공항에서 신치토세 공항으로 가는 아주 값싼 비행기 표를 끊었다. 그런데 공항에서 워크캠프 장소까지 이동하는 거리를 생각 못 해서 오히려 교통비(+ 하루 숙박비)가 더 들어버렸다... 그리고 이동시간 (역시나 싸게 이동하기 위해 선택한 보통열차로) 7시간 반은 정말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나’ 라는 생각이 절로 나게 만들었다. 그래도 열심히 목 꺾이게 졸다가 일어나면 눈 앞에 펼쳐지는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경관에 위로를 받으며 겨우겨우 미팅 포인트인 오오누마 공원 역에 도착했다.
미팅 포인트에 워크캠퍼들이 모이고 코디네이터인 이케다상의 안내를 받아 바로 숙소로 이동했다. 2주간 우리가 지낼 숙소는 역 근처였는데, 속으로 허름하고 비만 겨우 피할 수 있는 곳이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생각한 것 보다 좋아서 놀랐다. 심지어 숙소 근처 오오누마 관광 센터에서는 와이파이도 터졌다!!! 다만 샤워시설이 열악해서 걱정했는데, 그것도 워크캠프 코디네이터 이케다상이 숙소 근처 여관에 양해를 구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해주셨다. 이케다상은 우리가 불편 없이 지낼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 우리가 먹을 음식 재료도 원하는 대로 가져다 주시고, 작업하러 갈 때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도 빌려서 탈 수 있게 해주셨다.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이케다상의 많은 배려 덕분에 정말 편히 지낼 수 있었다.
워크캠프를 통해 2주 동안 소중한 인연을 맺은 친구들은 체코, 미국, 에스토니아,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한국 등 정말 여러 나라에서 모였다. 그 중에 4명은 한 달 혹은 두 달 동안 장기 봉사활동으로 와있던 사람들이었다. 그 친구들이 중심이 되어 일이 진행되었고, 덕분에 봉사활동이나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들이 수월하게 흘러갔다. 한편, 내가 워크캠프를 신청 하기 전부터 내내 걱정했던 부분은 영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친구들과의 전반적인 의사소통에는 영어가 필요했다. 일본에서 진행되는 워크캠프니까 일본어가 더 많이 쓰일 것이라며 안심했던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물론 작업이나 생활 면에서는 일본어가 더 많이 쓰였다) 다행히 한국친구가 영어를 잘 하는 친구여서 그 친구가 통역해주거나, 일본친구들 중에 영어를 잘 하는 친구가 통역해주거나 해서 2주간 (영어를 못 하는 내 스스로가) 답답했지만 별 탈없이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다.
오오누마에 도착한 첫 날과 둘째 날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으로 끝나고 셋째 날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은 산림작업, 뗏목 만들기, 페트병 작업, 잡초 뽑기, 오오누마 주변 쓰레기 줍기 등으로 진행되었다. 산림작업에서는 통행로 잡초 베기, 나무의 곁가지 자르기, 비로 무너진 산 길에 자갈 메우기 등의 일을 하였다. 평소에 허약체질인 나는 과연 이 일에 잘 따라갈 수 있을까 조금 겁을 먹기도 했지만, 나처럼 체력이 약한 사람도 전혀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정도의 작업이었다.
뗏목 만들기는 오오누마의 수질과 생태계을 개선하기 위해서 행하는 작업이다. (오오누마는 고마가타케산의 화산 폭발로 생긴 호수 같은 늪이다.) 녹조 현상으로 더럽혀진 오오누마에 큰 통나무로 만든 뗏목을 띄워, 흙을 쌓고 씨를 심으면, 풀이 자라나 오오누마의 수질도 깨끗해지고 환경도 좋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페트병 작업은 뗏목을 띄우기 위해서 페트병의 비닐을 벗기고 뚜껑을 끼는 작업이다. 솔직히 페트병 작업이 제일 지루했지만,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버리던 페트병이 이런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제일 기억에 남는 특별했던 작업은 오오누마에서 카누를 타며 이동하여 풀 숲 사이에 있는 쓰레기를 줍는 작업이었다. 12명이 6명씩 두 팀으로 나뉘어 쓰레기를 주우러 다녔는데, 우리 팀은 노를 저으며 한 명씩 노래도 부르고 장난도 치며 신나게 이동했다. 그리고 쓰레기도 생각보다 별로 없어서 즐거운 카누 체험 활동처럼 느껴졌다.
이런 작업 외에 지역 신사 축제 참여, 초등학교 방문, 프리데이를 이용한 관광 등 문화 체험 활동도 진행되었다. 사실 봉사활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속으로는 문화 체험 활동을 제일 기대했었다. 특히 유학 기간 동안은 체험 해보지 못한 일본의 마츠리(축제) 문화를 직접 체험 해 볼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 비가 쏟아지는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마츠리를 즐기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고, 그 모습에 나도 덩달아 흥이 절로 났다. 비록 작은 규모의 마을 축제였지만 지역주민과 워크캠퍼,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즐겁게 참여했다.
초등학교 방문 날에는, 숙소 근처에 있는 오오누마 초등학교에서 3명씩 4팀이 되어 한 학년에 한 팀씩 들어가게 되었다. 나와 일본인 친구 한 명, 체코 친구 한 명이 팀이 되어 전체 학생 수가 12명인 3학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아이들이 물어보는 질문에 답하며 각자의 나라에 대해 소개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의자 뺏기 놀이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 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아서 너무 아쉬웠지만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프리데이에는 각자 원하는 일을 하면 되는 날이었는데, 나를 포함한 7명은 근처에 있는 유명 관광지인 하코다테에 갔다. 관광할 시간이 많지 않아서 아카렌가창고군(赤レンガ倉庫群)과 고료카쿠(五稜郭)만 구경했는데, 특히 고료카쿠는 평소에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같이 간 친구들은 고료카쿠 전망대에 올라가지 않겠다고 해서 친구들이 쉬는 동안 혼자서 전망대까지 전부 구경하고 왔다. 시간상 많은 곳을 관광하지는 못 했지만, 예전부터 언젠가 홋카이도에 가게 되면 꼭 가보겠다고 다짐했던 곳을 한 군데라도 가게 되어서 정말 기뻤다.
워크캠프가 진행된 2주 동안 좋기만 하고 불만거리가 없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지만, 지나고 나니 짜증났던 것도, 힘들었던 것도, 이것도 저것도 전부 즐거웠던 것처럼 느껴진다. 평생 잊지 못 할 추억도 생겼고, 소중한 인연들도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스스로에게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그 동안 솔직히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물, 전기 아껴 쓰기, 쓰레기 줄이기 등 소소하지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성적인 성격에 사람도 좁게 사귀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던 철부지였는데, 워크캠프를 통해 조금은 대담해지기도 했고, (아직 철부지인 것은 여전하지만) 여러 사람의 이야기,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값진 체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 앞으로 졸업이니 취업이니 이것저것에 치이며 생활하게 되겠지만, 워크캠프에서 얻은 에너지로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워크캠프에도 꼭 도전해보고 싶다!